“유치원·어린이집 각자 교육현장 이해하는 계기 돼”
정부가 유아교육·보육기관 통합(유보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해 온 영유아학교(가칭) 시범운영 참여 기관 소속 원장·교사 등이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영유아학교 시범운영을 통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경감됐고,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교육·보육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4(가칭)영유아학교 시범사업 성과공유회’를 개최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공모를 통해 영유아학교 시범운영에 참여할 사립유치원, 국공립·민간·가정어린이집 등 7곳을 선정했다. 이들 기관은 △충분한 운영시간 및 일수 보장 △교사 대 영유아 수 비율 개선 △수요 맞춤 교육․보육 프로그램 강화 △교원 역량 강화를 위한 추진 과제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바 있다.
이날 공유회에서는 영유아학교 시범사업에 참여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소속된 원장, 교사, 학부모 등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서울 송파구 소재 은선유치원의 정미화 원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보조교사 6명이 추가로 지원됐다”면서 “교사대 비율이 12.1대 1에서 8.4대 1로 개선됐고, 이를 통해 능동적인 놀이 지원이 가능해졌다”고 소개했다.
정 원장은 이어 “보조교사 추가 배치로 인해 교사들의 연구 시간이 더 많이 확보됐다”면서 “교사들은 집으로 가져가는 잡무가 줄었다. 오전에 체력이 비축돼 오후에 좀더 친절할 수 있었다 등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부모 부담금과 관련해 어린이집과 공립 유치원 간 규모가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밝히며 “통합이라면 이것도 통일해야 하지 않냐는 등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중랑구 소재 면일어린이집의 오경숙 원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영아와 유아의 이음, 장애와 비장애 이음,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아이와 다니는 아이의 이음 등 다양한 이음교육을 실천할 수 있었다”면서 “한 기관에서 0~12세 대상 교육, 보육 과정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간 협력네트워크 사업을 진행하면서 서로 다른 양 기관이 교류, 각자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해하게 됐다는 사례도 있었다.
동대문구 소재 동안유치원의 유재순 원장은 면일어린이집과 진행한 협력네트워크 사업을 소개하면서 “그동안 유치원 입장에서 어린이집은 보육에 가깝다고 생각해왔고, 어린이집은 아마 유치원이 교육을 좀더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을텐데 이번 사업을 통해 모든 기관이 연령에 적합한 영유아의 성장을 돕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는 관점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집에서 실시한 특수교사 대상 긍정적 행동 지원 연수에 유치원 측이 참여하거나, 유치원이 어린이집에 교수학습 자료와 방법을 공유하는 등 활동이 이뤄졌다”면서 “교직원 복지 및 1인당 유아 수 등 각 기관의 특색을 잘 유지하면서 함께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서초구에서 4남매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영유아학교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된 후 변화에 대해 “교사의 행복이 곧 아이들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면서 “학부모들이 부담하던 특성화비, 현장학습 차량비, 특별활동비 등이 서울교육청 사업비로 지원되면서 경제적 부담도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앞서 교육부는 유보통합 추진과 관련해 영유아 교육·보육 시스템을 통합, 상향평준화시키기 위해 오는 100여곳의 모델학교를 지정하고 2027년까지 매년 1000곳씩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