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채 규모 > 저축액' 유일한 연령층
서금원 청년실태조사 "제도적 개입 필요"
#일용직 노동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미취업 청년 서모(35)씨는 10건이 넘는 대출을 보유 중이다. 햇살론15와 햇살론 카드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으로 총 1800만 원가량을 받았고, 대부업체 네 곳에서 총 2000만 원을 고금리로 빌렸다. 현재 이 모든 대출은 100일 정도 연체 중이다. 일터에서 다친 뒤 3개월 넘게 빚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몸을 회복한 후 정책상품은 대위변제를 신청하고 나머지 빚은 채무조정 후 다시 갚아나가려 하지만, 대부업체 네 곳에서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한 상황이라 막막하기만 하다.
청년층이 '빚의 굴레'에 빠지게 된 것은 계속되는 고금리·고물가와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경기 침체로 인해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면서부터다. 취업기회를 박탈당한 청년은 자산 형성은커녕 재정 위기에 직면해 빚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게 됐다.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에 '벼락부자'를 꿈꾸며 뛰어든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도 화근이 됐다. 갚을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게 끌어다 쓴 돈은 거품이 꺼지면서 비싼 청구서로 날아왔다. 결국 불법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린 청년층이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경제적 재앙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확보한 청년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9~39세의 청년 1238만여 명의 45.5%가 대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10명 중 절반 가량이 빚을 진 적이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평균 3.1건의 대출을 받았고 대출액으로는 평균 8000만 원가량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층에 40세 이상을 포함한 조사 대상자 중 대출경험이 있는 사람은 40.1%이고 평균 2.4건의 대출을 받았다는 점을 따지면 청년층이 타 연령층보다 대출 의존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상환 능력에 맞지 않는 대출을 받아 장기간 연체를 하는 등 '부정적인 금융 행위'를 하는 청년이 타 연령대에 비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신용평점이 670점 이하인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고위험 대출'을 받아본 청년은 전체 대출 경험 청년의 11.8%였다. 고위험 대출이 연체로 이어져 90일 이상 장기 연체한 청년은 전체 청년 중 1.7%인 20만6742명이었다. 이는 40세 이상까지 포함한 전체 조사대상의 장기연체율(1.6%) 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역시 청년층의 재무건전성이 타 연령대에 비해 좋지 않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전 연령 중 39세 이하 청년이 29.8%로 가장 컸다. 40대는 22.6%, 50대는 16.8%, 60세 이상은 10.9%로 집계됐다.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 역시 20~39세 이하 가구가 132.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청년 중에서도 30~39세가 134%로, 20대 118%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는 93.6%, 50대는 58.2%, 60세 이상은 41.9%였다. 청년층의 금융부채 금액이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저축액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청년금융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장기연체 청년에 대한 금융상담 등 연체 해결을 위한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금융교육, 정책대출상품 소개 등을 통해 고위험 대출 비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필수"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