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18일 부산을 찾아 "동남권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강 회장은 이날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은행 주요 업무 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동남권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부산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것으로, 강 회장은 '동남권 지역경제 발전과 한국산업은행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 강연 시간을 가졌다.
강 회장은 "수도권 집중화는 국가 경쟁력 저하 요인 중 하나로, 대한민국 경제의 재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자본이 풍부하게 축적된 동남권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기존 시설을 디지털화, 그린화 등 현대식으로 전환하고 특히 새로운 미래산업에 진출 또는 인수하는 방식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산은은 모든 부문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강 회장은 "서울이나 부산이 금융중심지 말을 많이 하지만 현실적으로 글로벌 금융중심지인 뉴욕, 런던,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가운데 상하이를 제외하면 모두 영어를 사용하고 영미 법원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런 것을 갖출 때 금융중심지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강 회장은 산은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강 회장은 지난 9월 이전을 염두에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부산에 설치한 것이다. 앞서 2022년 말에는 중소중견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이름을 바꾸고, 부문 내 네트워크지원실과 지역성장지원실을 통합(지역성장지원실)해 부산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탄핵 정국을 맞으면서 산은 부산 이전은 동력을 잃는 모습이다.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으로, 만약 윤 대통령이 탄핵 될 경우 산은 부산 이전 명분도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산은 노조는 부산 이전과 관련해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초래한 국가적인 위기와 금융시장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산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윤 대통령의 공약인 '산은 부산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