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서 러 유조선 침몰...쏟아진 검은 기름에 환경오염 우려

입력 2024-12-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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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에 버티지 못한 선박
케르치 해협서 유조선 두 동강
인근서 화물선도 난파

▲15일(현지시간) 케르치 해협에서 난파된 러시아 유조선 볼고네프트 212호가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흑해 케르치 해협에서 4000톤 이상의 기름을 실은 러시아 유조선이 거센 폭풍우에 난파돼 다량의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또 다른 러시아 화물선도 인근에서 좌초돼 러시아 당국이 구조에 나섰다. 두 척의 배에 타고 있던 선원은 29명으로, 최소 한 명이 사망했다고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유조선 볼고네프트 212호(136m)는 강한 파도에 부딪혀 두 동강이 났다. 유조선에는 4300톤 이상의 저등급 중유가 실려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지역에서 좌초된 러시아 화물선 볼고네프트 239호도 러시아 당국이 구조에 나섰다. 두 배 모두 약 4300톤 정도의 기름을 싣고 있었다.

유출된 기름의 양은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사고 현장 사진과 영상에는 212호가 두 토막 나 수직으로 가라앉고 있는 유조선 잔해에서 검은 기름이 계속 쏟아지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가 부서진 239호는 14명의 선원을 태우고 표류하다 크라스노다르 타만 항구 근처 해안에서 좌초됐다.

이미 러‧우 전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이곳에 기름까지 유출된다면 심각한 해양생태적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흑해 함대 선박을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일부 침몰시키 적이 있고, 또 지난해 6월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반격 저지를 위해 흑해와 연결된 드니프로강 댐을 폭파해 터져 나온 물이 마을 수십 곳을 침수시키고, 수많은 오염 물질이 바다로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의 범위와 영향 등을 평가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우크라이나는 악천후에 노후한 유조선을 운항한 러시아 당국이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드미트로 플레텐추크 우크라이나 해군 대변인은 러시아가 규정을 어기고 폭풍우에 바다에 나갈 수 없는 낡은 유조선을 내보냈다가 사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212호는 1373년에 건조됐고, 239호는 건조된 지 55년 된 선박이다.

212호에 타고 있던 선원 15명 중 1명은 사망했고, 12명의 선원이 구조됐으나 기상 악화로 구조 작업이 중단됐다. 구조된 사람 중 11명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중 2명은 심각한 상태라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239호와도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부에 구조 작업을 처리하고 연료 유출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실무 그룹 구성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Mi-8 헬리콥터와 구조 예인선을 포함한 50명 이상의 인력과 장비도 사고 지역에 배치했다.

케르치 해협은 러시아 곡물 수출의 주요 경로로, 원유나 연료류 액화천연가스 수출길로도 사용된다. 이곳은 우크라이나가 케르치 해협을 단독으로 통제하려는 러시아를 향해 해양법 위반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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