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USTR 대표 “美 행정부와 빠른 소통 나서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더 강력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이 보편관세 등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트럼프 2기 통상규제 :한국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대응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통상정책 핵심 참모였던 스티븐 본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행이 화상 연결을 통해 참석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대미무역 흑자국에 1기 당시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한 것은 1기 당시 펼쳤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을 유권자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공화당이 상·하원까지 장악했으므로 탄탄한 정치적 기반을 바탕으로 미국에 유리한 통상정책을 추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전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관세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중점 과제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관세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예측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특히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은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폴 공 미국 싱크탱크 루거센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과 관련해 ‘조공(朝貢) 시대’가 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종속국이 종주국에 조공을 바치던 것처럼, 미국이 ‘수출통제’를 무기화해 협박한다면 관세를 갖다 바쳐야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1기와 달리 2기에서는 수출통제를 무기화하면서 협상의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현재는 중국 반도체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동맹국도 협박할 가능성이 있고, 반도체 외에도 방위산업 등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대응 전략과 관련해 “한국기업들이 바이든 정권 당시 미국에 큰 투자를 했다는 사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 행정부로 협상팀을 보내 조율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IRA 폐지 또는 유사한 수준의 조치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정현 광장 변호사는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은 대선 기간 중 IRA 폐지를 주장했기 때문에 IRA는 폐지 또는 그에 버금가는 변경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모든 세액공제 항목을 삭제하기보다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방향으로 접근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차·배터리 등 친환경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주현 율촌 변호사는 “트럼프 2기 정부는 전통적인 화석연료 활용에 중점을 둔 에너지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산업에 달갑지 않은 소식으로 향후 공개될 세부정책 방향을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수출 다변화, 원가절감계획 등 리스크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한미 양국의 협력은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영향받지 않고 굳건히 유지될 것”이라며 “그간 기업이 교역 투자를 통해 쌓은 협력 기반 및 정부 간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미국 새로운 행정부의 정책에 최선을 다하여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