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 불투명…오르는 환율에 글로벌 임상·원료의약품 수급 영향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가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은 남아 있어 업계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달 출범 예정이던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의 출범이 무기한 연기됐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는 10월 바이오 분야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국가바이오위원회 구성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지만, 백지화 위기에 놓였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정부는 지난달 초 이상엽 카이스트(KAIST) 부총장을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달 출범과 함께 제약·바이오업계는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국무조정실·식품의약품안전처·특허청·질병관리청·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 부처 장관 10명과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국가안보실 제3차장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국가바이오위원회를 통해 여러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진행 중인 바이오 관련 정책 간 신속한 연계와 협력이 가능해 바이오 경제로의 전환 및 국가 경쟁력 강화에 범국가적인 역량을 총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가결로 사실상 무기한 보류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위원장이 사라진 셈이다. 비상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도 전원 사퇴의사를 밝혔었다.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치솟는 환율도 업계엔 부담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를 넘어서며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고환율 상황이 계속되면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은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5.4%에 불과하다. 2022년 11.9% 수준에서 다소 올랐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셈이다.
또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재정 지출 확대,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정책 영향에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업계에는 악재다.
고환율이 계속되면 글로벌 임상시험 비중을 확대해 왔던 국내 제약사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식약처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는 약 3900건이다. 이중 국내를 포함한 2개국 이상에서 실시한 글로벌 임상시험 비중은 약 48%다. 환율이 올라 해외 임상시험 시행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조달이 필요한 바이오텍이 가장 문제”라며 “투자 없이 신약 개발을 추진하기 어려워 사업 전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 위축으로 기업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만큼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2주 전부터 국내 주식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지만, 지금부터는 외부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면서 “낮은 금리와 경기 변화에 둔감한 업종 중심으로 관심이 계속 모아질 것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플랫폼,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관련 종목에 이목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