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당시 세탁기 가격 10% 올라
중국, 11월 CPI 5개월래 최저
“미국 관세 부과하면 물가상승률 더 떨어질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앞두고 미국에서 생필품을 사재기하거나 고가의 가전제품을 미리 교체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시간대학의 이달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5%가 내년에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금이 주요 물품들을 구매하기 좋은 시기라고 답했다. 해당 응답률은 전월의 10%에서 크게 뛰고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와 별개로 크레디트카드닷컴이 미국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분의 1이 관세 우려로 지금 더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 보편관세를, 중국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최근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도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고,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에는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이를 반영하듯 베스트바이, 월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판매가격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US이코노믹리서치의 데이비드 윌콕스 국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조치를 약속해 연준의 업무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미 트럼프의 관세 부과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자국 가전업체 월풀의 요청에 따라 모든 수입산 세탁기에 대해 20~50%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미국 세탁기와 건조기 가격이 평균 10% 올라갔다. 일부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을 대비하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중국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에 직면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에 그쳤다. 이는 5개월래 최저 수준이다.
중국에서는 2022년 기술에서부터 금융에 이르기까지 고소득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내수가 꺾였다. 여기에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급증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디플레이션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예고한 관세 부과가 시행되면 중국 경제의 약 20%를 차지하는 수출이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블룸버그는 “관세 부담으로 수요가 둔화하면 제조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어려워진다”면서 “그만큼 중국이 낮은 물가상승률 수렁에서 벗어나는 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