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정치와는 관계없어…우리나라 위해 나아갈 방향"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국책 사업으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찾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이번 주 첫 굴착에 들어간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탄핵정국 속에도 탐사시추 작업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다만, 윤석열 대표 사업으로 낙인이 찍힌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1차 시추에서 가스·석유 매장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추가 탐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부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부산외항에 정박해 작업에 필요한 물자를 보급 중인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17∼18일께 출항해 동해 대왕고래 유망구조 내 지정 해역으로 이동한다. 이어 현장 해역에서 작업 준비를 마치고 20일 무렵 첫 탐사시추를 위한 구멍 뚫기 작업을 수행한다.
대왕고래 유망구조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으며, 포항에서 동쪽으로 50km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1km 이상 드릴을 내려 해저 지형을 뚫고 들어가 암석을 채취할 계획이며, 이후 미국 유전 개발 회사인 슐럼버거(Schlumberger)가 암석과 가스 등 성분을 분석하는 '이수 검층'(mud logging) 업무를 수행해 가스·석유 부존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시료 확보에 2개월가량이 예상되며 이후 시료 분석 등 과정까지 거쳐 내년 상반기 첫 탐사시추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정부는 20%의 성공 확률을 고려해 향후 수년에 걸쳐 최소 5번의 탐사시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1차에서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추가 탐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석열표 사업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이미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첫 시추 사업 예산 497억 원이 전액 삭감돼 석유공사는 정부 지원 없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한 번에만 1000억 원가량 드는 사업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석유공사는 성공 시 국민 이익 기여가 상당할 이번 프로젝트가 정치 상황에 휘말려 추진 동력을 상실할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
원래 이 사업은 윤석열 정부가 내건 국정과제와는 거리가 있는 석유공사의 자체 사업이었다.
오일 메이저 기업인 셸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석유 개발 전문가인 김동섭 사장이 이끄는 석유공사는 자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대륙붕 일대 자원 개발을 목표로 한 '광개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김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석유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인사이기도 하다.
작년 석유공사는 물리탐사 자료 분석을 통해 '대왕고래'를 비롯한 동해 7개 유망구조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돼 개발 필요성이 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후 산업부를 통해 이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이례적으로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자청해 국민적 기대감을 키우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의 직속 사업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사업을 실제 진행해 온 산업부와 석유공사 내부에서는 대왕고래 사업을 자기 치적으로 남기고자 했던 윤 대통령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번 사업의 성공이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인 만큼 정치적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사업이 장기적으로 진행되길 희망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동해 심해 가스전은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성공 가능성이 20%라면 해외 오일 메이저 등 어느 전문가도 당연히 시추를 해 봐야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