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NH선물 신입 FX이코노미스트 채용
금감원 이진 금융시장안정국장 유임 결정
원·달러 환율 1450원대 이상 높은 변동성
여의도 증권가에 외환 전문가들이 대거 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하면서 환율 분석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기관 할 것 없이 해외 주식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일반환전 허용도 증권사의 환율 전문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중소형 증권사는 이달 초 FX(외환) 스왑 전문 애널리스트 비공개 채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환율은 매크로(거시경제)나 원자재 섹터의 일부분으로 다루는 데 그쳤다면, 최근 외환 시장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율 분야만 따로 떼어 별도의 포지션(자리)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약 30곳의 외환·환율 담당 애널리스트는 10명 미만이다. 리서치어시스턴스(RA), 채권금리 섹터와 구별하면 환율만 전문으로 보는 하우스(증권사)는 사실상 거의 없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최근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목적으로 애널리스트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는 반면, 외환 전문 애널리스트는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는 올해 들어 극심한 원화 약세가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초 1280원대였던 원화는 1450원 코앞까지 10% 넘게 뛰어올랐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비상 계엄·탄핵 등 국내 정치 리스크가 불거지면서다. 한 애널리스트는 “2010년부터 원화는 10년 넘게 박스권이었지만, 최근 변동성이 커지면서 인력 수요도 증가 중”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관심은 증권사리포트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발간된 외환 증권사리포트는 303개로 1년 전(205개)보다 약 48% 급증했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149개 리포트가 올 4분기에 발간됐다. 증권사만이 아니다. 우리은행과 NH선물은 외환 전문 리포트 발간을 위해 각각 올해 4월과 10월 신입 FX 이코노미스트를 보강했다.
해외증시 투자 열풍이 달아오른 점도 환율 전문가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웠다. 해외증시에 투자하려면 환헤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환헤지를 하면 헷지 수수료가 따로 붙으며, 환차익을 보기 위해 환노출을 선택한다고 해도 환손실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 헤지 비용이 수반되면서 증권사 내에 외환 전문가 영입 필요성이 대두한 것이다.
종투사 일반환전 도입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 증권사는 증권 투자 목적으로만 환전 업무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은행처럼 개인이나 기업 대상으로 투자 이외 환전이 가능해진 것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7월 증권업계 최초로 기획재정부로부터 일반환전 인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증권사들은 대고객 일반환전 시행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함께 인력도 확충 중이다.
감독당국도 환율 방어에 총력 대응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전체 부서장의 98%를 교체하는 대규모 정기인사를 시행한 가운데 이진 금융시장안정국장은 유임으로 결정했다. 감독원 측은 “금융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융외환시장 최고 전문가이자 업무 유경험자인 이 국장이 자리를 지키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정치 리스크가 완화하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 이상 높은 레벨에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 반전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하락 가능한 변수가 나타나더라도 한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훼손되고, 대내외적 불안 때문에 원화 강세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준금리 인하 압력도 원화 약세에 부담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지만, 내년 1월 금통위에서도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다. 3연속 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