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국장, 사실상 불신임에 사임 의사 밝혀...트럼프 “미국에 좋은 날” 환영

입력 2024-12-1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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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FIBI 국장, 2년 반 임기 남겨두고 사임 의사 밝혀
트럼프 지난달 차기 국장 내정하며 사실상 불신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1기 때인 2017년 12월 버지니아주 콴티코에서 열린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립 아카데미 졸업식에서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과 나란히 앉아 있다. 레이 국장은 11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콴티코(미국)/AP연합뉴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임기가 2년 넘게 남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충성파 인물인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차기 FBI 국장을 내정하면서 사실상 불신임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레이 국장은 이날 FBI 직원들과의 면담 행사에서 “수 주간의 숙고 끝에, 내년 1월 현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일하고 물러나는 것이 FBI에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즉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내달 20일 전 사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제 생각에 이것이 FBI를 더 깊은 싸움에 끌어들이는 것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동시에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매우 중요한 가치와 원칙을 강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레이 국장이 사임 표명하자 자신의 소셜미디어 소셜트루스에 “법무부의 무기화를 끝내는 미국에 있어서 좋은 날”이라고 환영했다.

레이 국장은 2017년 8월에 취임했다. 내년 초 사임하게 되면 약 2년 반이나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국장직에 내려오게 된다. FBI 국장 임기는 10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5월 레이 국장 전임자인 제임스 코미를 임기 도중 해임하고 레이를 지명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개인 이메일 문제로 기소를 보류한 것과 2016년 대선과 관련해 트럼프 캠프 측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레이 국장은 트럼프 1기 초기 때만 해도 트럼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FBI가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 자택 수사를 하면서 그의 거센 반발을 샀다. 여기에 올해 7월 대선 유세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총격이 발생한 이후 레이 국장이 그의 부상 원인이 총탄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발언한 것도 트럼프 당선인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FBI는 이후 그의 부상 원인을 총탄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파텔 전 국방장관대행 비서실장을 차기 FBI 국장에 지명하겠다고 밝히면서 레이 국장은 사실상 경질 위기에 내몰렸다.

레이 국장이 자진 사임 형태로 물러나게 됐지만, FBI 중립성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텔 지명자는 FBI가 부패하고 정치화됐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가장 강력히 주장하는 대표적인 충성파 인물이다.

이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FBI 국장에 선임될 경우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 보복’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FBI 국장 임명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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