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2금융권 가계대출 상황 면밀히 모니터링"
지난달 2금융권 가계대출이 3조2000억 원 급증했다. 2021년 7월 이후 40개월 만에 최대 순증이다. 높아진 은행 문턱에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차주들이 2금융권으로 대거 몰린 탓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새마을금고에서만 1조 원이 나갔다. 반면 강화된 대출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은행은 서울과 수도권 주택거래가 줄어들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11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41조4000억 원으로 전달 보다 1조9000억 원 증가에 그쳤다.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올해 중 가장 적은 순증액이다. 은행 가계대출은 8월 9조7000억 원까지 늘며 정점을 찍었다가 9월 5조3000억 원, 10월 6조5000억 원으로 3개월째 진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2단계 시행과 은행권이 주담대 금리 인상 및 다주택자 대출 제한 등 허들을 높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담대(901조8000억 원)가 1조5000억 원 순증했고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8조5000억 원)은 4000억 원 늘었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가 8월 이후 둔화하고 있다”면서 “7월 고점 이었던 아파트 거래가 현재 절반 수준까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이날 기준 2590건이었다. 이는 주택 거래가 활발하던 7월 7000여 건 이상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수도권 거래도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는 1만5000가구로 7월 2만7000가구보다 급감했다.
박 차장은 “당분간 가계대출 둔화 국면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현재 전망”이라며 “은행들이 (가계대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측면이 있고, 주택거래 흐름도 상당히 둔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2금융권이다. 대출 수요가 있는 차주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풍선효과’가 더 짙어진 것이다. 이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1월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1000억 원 증가했다. 전월 순증액 6조5000억 원 대비 1조4000억 원 축소된 규모다. 하지만 2금융권에서는 3조2000억 원 급증했다. 이는 은행 증가폭 1조9000억 원을 앞지른 수치다. 2금융권 월간 증가 폭으로는 2021년 7월(5조7000억 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다.
특히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상호금융에서 대출이 주도적으로 이뤄졌다. 상호금융권(1조6000억 원), 보험(6000억 원), 여신전문금융회사(6000억 원), 저축은행(4000억 원) 순으로 증가 폭이 컸다. 대출항목별로 주담대가 2조6000억 원으로 전달(1조9000억 원) 대비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박 차장은 “풍선효과로 비은행권 대출은 지난달보다 더 확대됐지만, 이미 체결된 주택거래 관련 대출이나 신규 입주 주택 관련 잔금대출 위주로 이뤄져 실수요 자금 측면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날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금리인하 추세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은 가계부채 추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2금융권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호금융권은 부동산업·건설업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상향 시행시기 조정에 따라 확보된 자금 여력을 주택 관련 가계대출 공급에 활용하기보다는 부실채권 정리, 손실흡수능력 확충, 지역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 대출 공급 확대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최근 2연속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해줄 것을 당부했다. 권 사무처장은 “금융회사들의 금리는 기본적으로 시장금리 흐름을 충실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회사들이 가산금리 등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하고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금융당국도 필요시 이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