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모를 국내 증시…美와 디커플링 심화
‘골디락스’ 나스닥 2.2% 뛰는데…코스피 5.6%·코스닥 11% 추락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직격타…원화 약세 악순환 ‘하방 우려’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주식시장과 미국 증시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뚜렷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교착 상태가 이어지며 증시 불안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는 5.60%, 코스닥은 11.00% 하락했다. 두 지수 모두 9일 종가 기준 연중 최저치를 갈아 치운 뒤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11월 2일(2343.1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했고, 코스닥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4년 8개월여 만에 630선이 깨졌다.
악화일로를 걷는 국내 증시와 다르게 미국 증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한달간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0.85%, 2.26% 오르며 이따금 조정을 받는 와중에도 최고치 경신을 이어갔다.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고용 지표를 확인한 투자자들이 ‘골디락스’ 국면이라고 인식하며 투자심리를 달군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뿐 아니라 개인까지 이탈이 심화하며 반등 기미를 찾기 어렵다. 7월부터 11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8조955억 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은 이달 들어 5760억 원어치를 또 던졌다. 증시 침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던 개인도 매도 우위로 전환하며 최근 3거래일만에 1조893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400원 대를 웃도는 원·달러 환율은 한미 증시 디커플링 해소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원화가 약세일수록 외국인이 보유한 한국 주식의 달러 환산 평가 가치가 낮아져 국내 증시 투자 유인을 줄인다. 외국인 매도세에 달러화가 빠져나가며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원화 약세는 다시 외국인의 ‘팔자’를 자극하는 악순환이다.
증권가는 ‘트럼프 2.0’ 가동 이후 예상되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관세·무역 정책이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형국에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를 시작으로 야권을 중심으로 탄핵까지 거론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산하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2300선에서의 하방 지지가 기대되지만, 이마저 이탈하면 추가지지 레벨을 찾을 수 없다는 우려도 상존한다”며 “밸류업 등 정책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에 은행을 중심으로 외국인 수급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울 업종이 부재하다는 점은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