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명동 소비심리…연말연시 대목에 찬물
"1박 30만원 객실, 9만원으로 뚝"…신규 예약도 20%가량 감소
'불황 직면' 면세업계도 예의주시…정치적 혼란 장기화시 영향권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벼야 할 10일 오후 명동 거리는 한산했고 온기도 없었다.도심 한복판임에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디찬 겨울 날씨같았다.명동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이준상(가명)씨는 이날 기자와 만나 “평일 낮시간대는 주말보다 한산하지만 요즘은 더 한산해졌다”면서 “계엄 영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이 위험한 상황이냐고 물어보는 외국인들은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외국인 관광객 추이에 따라 영향을 받는 호텔업계는 중저가 호텔·비즈니스 호텔을 중심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급호텔의 경우 내국인 수요가 받쳐주고 있어 계엄·탄핵정국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는 반면, 외국인 여행객 투숙률이 높은 중저가 호텔을 중심으로 공실 발생 등 후폭풍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명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본래 1박 기준 30만 원 하던 객실이 9만 원까지 내려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도 “계엄사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의 호텔 신규 예약분이 기존보다 15~20% 가량 줄어들었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시내 면세점은 평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박정은(가명)씨는 “지난주부터 오늘까지는 면세점을 찾는 고객이 평상시보다 특별하게 줄어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또 다른 관계자도 “계엄사태 이후 아직까지 매출에 영향은 없다”면서도 “다만 사드 사태 이후로 단체 관광객 자체가 없다보니 면세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또 다른 안 좋은 상황이 겹쳐서 문제”라고 설명했다.
타국에서 계엄령과 탄핵 사태를 맞닥뜨린 외국인들의 시각은 제각각이었다. 이날 기자와 만난 미국인 제임스(James)씨는 “한국은 안전한 나라 중 하나”라면서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20대 일본인 요코씨는 “일본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현재 한국 상황에 대해 괜찮은지 걱정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한국을 여행 주의국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국무부, 영국 외무부, 주한 일본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시위 지역을 피하라는 내용을 공지하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여행을 계획했던 여행객들이 한국 방문 자체를 취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호텔업협회 관계자는 “연말 연초는 호텔업계의 대목 시즌인데 신규 예약이 예년보다 많이 안 들어오는 상황”이라면서 “조기에 수습하지 않으면 앞으로 호텔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도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가게 될 경우 영향권에 들어가게 돼 걱정”이라면서 “향후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취소, 시위 또는 집회로 인해 시내 면세점으로의 접근성이 하락해 매장 자체를 찾지 않게 될 경우 업계에는 크나큰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