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액 삭감 등 추진 동력 약화…정부, 국회에 예산 필요성 설득
탄핵정국 속에서도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찾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첫 단추를 끼울 시추선이 부산외항에 입항했다.
9일 정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부산 영도 앞바다 인근인 부산외항에 정박한 뒤 보급기지인 부산신항으로부터 7∼8일간 시추에 필요한 자재들을 선적할 계획이다.
해양 시추 업체인 시드릴사 소속 드릴십인 웨스트 카펠라호는 길이 228m·너비 42m·높이 19m 규모로 최대 시추 깊이는 1만1430m에 달한다. 2008년 12월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드릴십으로 그간 주로 동남아와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작업했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대규모 선적이라 수심이 얕은 부산신항에는 정박할 수 없어 부산 영도에서도 일정 거리에 정박하게 됐으며, 보급 작업을 마치면 17일께 시추 해역으로 출발해 본격적인 시추 작업에 들어간다.
정부는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 시료 암석층을 확보하는 데까지 2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료의 암석과 가스 등의 성분을 기록·분석하는 이수검층 (mud logging) 작업은 세계 1위 시추기업인 슐럼버거가 맡았다.
첫 탐사시추 결과는 내년 상반기 나올 예정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공개하는 등 현 정부의 상징적인 정책 과제로 떠올랐으나, 계속 야당의 공세를 받아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관련 예산 497억 원 전액을 삭감하기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와 국회의 해제 이후 탄핵정국이 맞물리면서 추진 동력이 상실되는 분위기다.
이에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이날 웨스트 카펠라호의 입항 사실을 알리는 공식 보도자료도 내지 않은 채 조용히 시추 작업을 준비했다.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에는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데, 정부는 애초 절반인 약 500억 원은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나머지 절반은 석유공사의 자체 재원으로 조달하게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산이 삭감되면서 산업부와 석유공사로선 시추 비용 조달 방안을 찾기에도 난감한 상황이다.
정부는 혼란스러운 정국에도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기 전까지 국회를 대상으로 첫 시추 예산의 필요성을 설득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정부가 승인한 시추 계획에 따라 사업은 진행될 것이며, 그대로 안 하게 되면 (시추 업체 등과의) 계약 위반"이라며 "국내 영해에서의 탐사시추에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게 합리적인 만큼 국회를 계속 설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