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국경제’ 안갯속으로…준예산 우려도

입력 2024-12-0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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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불확실성↑…'1월 경방' 관측 무게
尹정부 경제 구상 온전히 담기 어려울 듯
초유의 준예산설…여야 부담에 현실성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 양상을 띠면서 경제부처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기획재정부가 관계부처와 마련 중인 내년도 경제정책방향(경방)도 발표 일정·내용 차질이 불가피하고, 이미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여야 예산안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헌정사상 최초 '준예산' 사태 우려도 나온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가 통상 이달 중하순께 내놓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은 내년 1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방에는 정부가 전망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고용·물가·경상수지 등 전반적인 경제 여건과 내년에 실행할 정부의 모든 경제정책이 담긴다. '1월 경방'은 기재부가 출범한 2008년과 최 부총리 인선 절차가 지연된 올해까지 역대 두 차례밖에 없을 정도로 희소한 일이다. 다만 기재부는 "국내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경제정책방향을 차질없이 마련 중이며, 발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3일 밤 계엄 사태 전까지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이달 초 내지 이달 하순께 내년 예산안 국회 처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감액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의결하고,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인 이달 2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고 여야 합의 기한으로 제시한 10일 처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정치권이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여야의 예산안, 세법개정안 협상은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고 내년 예산안이 확정돼야 전반적인 얼개를 짤 수 있는 경방 발표 일정도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제 막 임기 반환점을 지난 정부의 국정동력이 크게 약화하면서 경방 내용도 퇴색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거취를 일임한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 미관여·조기 퇴진'을 공식화했고, 민주당은 매주 탄핵 추진을 예고한 상태다. 윤 대통령이 주문한 양극화 해소 방안을 비롯해 취약층 지원, 신산업 혁신 생태계 강화 등은 경방에 담기더라도 정부의 구상이 온전히 반영될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야당이 한층 더 강경한 자세로 예산·세법 협상에 나설 것을 고려하면 상속세 최고세율 하향(50%→40%),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상속세제 개편과 반도체 기업 통합투자세액공제율 5%포인트 상향, 밸류업(가치 제고) 기업의 가업상속공제 한도 최대 2배 확대(600억 원→1200억 원), 주주환원 증가액 법인세 5% 세액공제, 배당 증가액 저율 분리과세 등 정부 주요 경제 정책도 불발 위기에 놓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공약인 지역화폐 예산 증액 요구 등을 정부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677조4000억 원 규모의 정부안에서 예비비 등 4조1000억 원을 감액한 673조3000억 원 규모의 단독 감액안이라도 본회의 문턱을 넘기겠다는 태세다. 이미 이견이 큰 데다 탄핵을 둘러싼 정쟁이 격화할 공산이 큰 만큼 우 의장이 제시한 10일까지 합의는커녕 준(準)예산 가능성이 거론된다. 준예산은 직전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예산안 처리 불발 시 최소한의 정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전년에 준해 편성하는 예산이다.

헌법은 준예산 집행 대상을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시설 유지 △법률상 지출 의무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지속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수 복지 재원이나 신규 사업, 재량 지출 등 집행이 제한돼 국가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다만 준예산은 여야 모두 부담이 큰 데다 각 원내지도부를 위시한 지역구 의원들의 증액 희망 사업, 민원도 상당한 만큼 연내 타결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준예산 사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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