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앞두고...서울지하철 협상 타결 '막전막후'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막판 협상에 나선 5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인재개발원에서 노사 대표단이 교섭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6일 오전 타결을 이루면서 우려했던 파업은 피하게 됐다. 임금인상률과 인력 확충 규모 등 주요 쟁점을 두고 팽팽히 대립하던 노사가 극적 타결을 이룬 데는 사측의 ‘양보’가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오전 2시께부터 공사와 1~3노조가 차례로 임단협 본교섭 합의서에 서명했다. 전날 오후 4시 10분부터 서울 성동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5차 본교섭을 개시한 후 네 차례에 걸쳐 정회와 속개를 거듭한 끝에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노사는 임금인상률 2.5%, 인력확충 630명, 1인 승무제 계획 중단 등에 합의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노조의 요구 조건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우선 임금인상률은 1~3노조가 각각 6.6%, 5.0%, 7.1%를 제시했지만, 정부의 공공기관 가이드라인(2.5%)이 있기 때문에 애초 무리한 요구였다. 사실상 가이드라인인 인상률 2.5%를 그대로 받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노조 측의 성과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애초 사측은 임금 재원의 70~80%를 모두 소진했기 때문에 1%에도 못 미치는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더구나 노조 측은 이번 합의에서 '실질임금' 2.5% 인상을 관철시켰다. 정책 인건비를 인건비 총액에서 제외해 달라는 노조 측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노조는 열차 증편 등으로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를 인건비 총액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신규 채용, 퇴직금, 성과급 등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를 2.5%의 가이드라인 총액에서 제외해 실질임금 인상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기후동행카드 판매 손해금 중 공사 재정 분담금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합의했다. 시의 정책 때문에 공사의 재정 부담이 늘면서 임금이 줄어드는 구조를 차단한 것으로, 공사의 재정 상황과는 상관없이 임금인상률 2.5%를 보장받은 셈이다.

인력 확충 부분도 서울시의 서울교통공사 채용 승인 인력은 464명이었다. 애초 200명 선이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교섭 타결 후 노조 측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신규 채용 인원을 630명으로 합의했다. 당초 서울시가 내린 지시안에서 150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노조 측은 해당 신규 채용 규모와 별도로, 작년에 채용한 안전 인력 230여명을 정원에 포함시키는 것까지 이번에 협의를 이뤘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 정도면 훌륭한 합의안"이라고 말했다.

1인 승무제 쟁점도 사측이 계획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노조 요구안이 사실상 관철됐다고 볼 수 있다. 애초 사측은 자동화 시스템 완비로 1인 승무제가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5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이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사측은 오후 10시 교섭 때 이 같은 내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4시 10분부터 1~3노조와의 본교섭이 10분 내외로 중단됐고, 7시 2분부터 재개된 교섭도 또다시 10분 내외로 중단됐다. 10시 재개된 교섭에서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많이 수용한 합의안을 제시했고, 2노조와 3노조는 이때 타결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파악됐다.

서명까지 약 4시간이 흐른 건, 1노조 내부에서 마찰이 심했던 탓이다. 1노조 내 일부 직역에서 내용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고, 심한 고성까지 오갔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1노조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사이, 3노조는 먼저 사인을 하겠다는 의사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노조도 합의안에 서명할 의사가 분명했다. 2노조 위원장은 협상장에서 “사측이 상당히 노력을 많이 해서 인력 확충도 630명까지 늘었다”며 고맙게 생각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측은 2, 3노조의 입장을 파악했지만 1노조의 결정을 기다렸다. 2, 3노조가 먼저 서명을 할 경우 모양새가 안 좋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요구안을 사측이 많이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노조 내부 분위기도 과거처럼 파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2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에서 부결이 나온 상태였고, 1노조의 경우 파업이 가결됐지만 찬성률은 과거보다 낮았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교섭이 결렬된 후 합의안이 공개됐는데 이를 보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이 나왔다. 합의안이 나쁘지 않았는데 집행부가 ‘다른 이유로’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에 나섰다는 이유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