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홋카이도 맥주의 자존심...‘삿포로 클래식 vs ‘오타루’ [주(酒)크박스]

입력 2024-1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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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 시음기...삿포로 ‘탄산’ㆍ오타루 ‘부드럽고 씁쓸한 맛’ 두드러져

술 한잔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100년 넘은 와인 명가의 고집스러운 전통, 훌륭한 원재료를 키워온 누군가의 땀방울, 완벽한 술 맛을 찾기 위한 주조사의 시행착오까지. 선택 버튼을 누르기 전엔 대체 무슨 음악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주크박스(Jukebox)처럼 무궁무진한 술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삿포로 클래식', '오타루 생맥주'. (사진=김지영 기자 kjy42)

일본을 이루는 4개의 주요 섬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홋카이도. 강수량은 많고 기온은 낮아 한겨울에는 설국으로 변하는 홋카이도는 겨울에 가볼 만한 아름다운 여행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눈 만큼 유명한 것이 있다면 바로 먹거리다. 섬나라인지라 해산물이 풍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의 강원도'라고 불릴 만큼 각종 농산물도 풍부하다. 일본의 경작 가능한 땅의 4분의 1이 홋카이도에 있고 식량 자급률도 200%에 달해 재배 작물의 상당수가 전국 곳곳으로 가기 때문에 '일본의 식량창고'라고도 불린다.

이 때문에 홋카이도의 거점 도시 삿포로를 방문하게 되면 먹어봐야 할 음식이 셀 수 없이 많다. 초밥, 카이센동(해산물 덮밥)을 비롯해 각종 야채가 듬뿍 들어간 스프카레, 징기스칸(양고기), 우유 아이스크림 등 일정이 짧다면 소화 기능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그리고 애주가라면 이 음식과 꼭 곁들이는 게 바로 홋카이도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들이다.

삿포로에는 홋카이도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삿포로 클래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삿포로 맥주'의 홋카이도 지역 한정판인 셈이다. 보리를 발아시킨 100% 맥아만을 사용한 맥주로 깔끔하고 청량한 맛이 특징이다. 얼마 전 삿포로를 방문할 기회가 있어 스프카레, 징기스칸을 먹을 때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를 각각 시켜봤는데 영롱한 금빛 빛깔이 한눈에 보기에도 산뜻한 맛을 기대하게 했다. 맛을 보니 예상한 생맥주의 맛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다만 기본기를 잘 지킨 맥주라는 생각이 들었고 탄산도 제법 있어 톡 쏘는 맛을 좋아하는 이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홋카이도 지역에서 삿포로만큼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영화 '러브레터'의 도시 오타루도 '오타루 맥주'가 유명하다. 오타루 운하에는 맥주 양조장 '오타루창고 No.1'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오타루 맥주를 생맥주로 즐길 수 있다.

오타루 맥주는 독일의 양조 기술자가 오타루의 재료를 이용해 만든 맥주로 물, 맥아, 홉, 효모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양조장에 들어가니 독일의 한 맥주 가게에 온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생맥주는 독일이나 동유럽에서 봤던 불투명한 흰색 사기잔에 맥주를 담아 내줬다. 삿포로 맥주보다는 탄산이 덜했고, 살짝 씁쓸한 맛도 더 나 유럽식 맥주를 좋아하는 이들이 선호할 만한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맥주를 두고 한국 맥주와 비교할 경우, 과연 어느 나라 맥주가 맛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애국심이 발동해 “우리나라에도 이만큼 맛있는 맥주가 많다”고 답할 것 같다. 다만 홋카이도에서 나고 자란 다채로운 식재료와 함께 즐기고 싶은 맥주를 택하라면, 삿포로 클래식과 오타루는 충분히 괜찮은 선택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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