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아닌 겸업 한계 나타내
“TSMC 사업모델, 따라 하기 힘들어”
엔비디아, 반도체주 선두주자 확고
세계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온 인텔과 삼성전자, TSMC 등 빅3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엔비디아와 TSMC 등 양강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일 대만 TSMC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굳건한 지위를 유지한 가운데 2000년대부터 세계 1위를 다투던 인텔과 삼성이 휘청이는 대신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떠오르면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빅3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인텔, 메모리의 삼성, 파운드리의 TSMC 등으로 각자 핵심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자랑하면서 업계에 군림했다. 이들의 설비 투자 방침이 발표되면 반도체 제조장비 등 업계 전반의 주가가 요동쳤다.
그러나 절대 강자였던 인텔이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고 삼성전자도 첨단 제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이런 구도가 흔들리게 됐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한때 세계 시장을 지배하며 ‘반도체 제왕’으로 불리던 인텔은 현재 실적 부진으로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는 등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인텔은 3분기 166억 달러(약 23조3050억 원)의 역대 최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닛케이는 인텔과 삼성의 부진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의 오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인텔은 3분기 파운드리에서 매출 43억 달러, 영업적자 58억 달러라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을 나타냈다. 선행 투자가 많았고 고객 개척이 늦어진 것이 주 원인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 외부 판매는 당분간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인정했다.
삼성도 파운드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은 미국 퀄컴 등 유력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TSMC에 이은 대체 위탁업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되는 우량 고객 확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유진투자증권은 4분기 결산 기준 4조1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TSMC는 인텔과 삼성의 부진 속에서 쾌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TSMC는 현재 파운드리 분야에서 6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과 120조 엔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자랑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전업이냐 겸업이냐의 차이가 성패를 가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면 고객과 경쟁할 가능성으로 인해 수주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TSMC는 1987년 설립 이래 파운드리 전문업체로서 반도체 산업의 흑자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고객의 모든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설계 분야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등 지식재산권도 충실히 확보했다. 반도체의 마무리를 담당하는 ‘후공정’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전문 팀을 조직하고 생산 설비도 정비하고 있다.
닛케이는 “TSMC 사업 모델은 창업 초기부터 오랜 시간 다듬어져 온 것”이라며 “인텔이나 삼성이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AI 붐을 타고 3조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으로 애플과 세계 1위를 다투는 등 반도체 주식의 선두주자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리고 이 회사의 첨단 반도체 양산을 한 손에 쥔 TSMC의 설비투자 정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