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석화업계, 생산라인 가동 조절…자구책 마련 안간힘

입력 2024-12-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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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깊어지는 석화업계
일부 제품 생산라인 가동 중단 등
자체적 구조조정 돌입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제공=LG화학)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중국산 공세로 수익성이 나빠진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생산 조절에 돌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석유화학 산업 재편도 기업들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일 여수 2공장 내 에틸렌글리콜(EG)과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기 위한 박스업(철수 전 정리) 절차에 돌입했다.

박스업은 생산시설을 비우고 질소를 충전해 가동을 멈춘 상태에서 설비를 보호하는 조치다. 매각 추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공장 측이 2공장 근무자 70여 명을 전환 배치하기로 한 만큼 재가동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G와 EOA는 나프타분해시설(NCC)에서 뽑아낸 에틸렌으로 만드는 원료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범용 화학 제품 중 하나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주요 시장이었던 중국이 대규모 증설을 단행하며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한 저가 물량이 해외로 수출되기 시작했고, 공급 과잉이란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를 비롯한 중동에서도 석유화학 증설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정유사들은 원유부터 석유화학 제품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앞선다.

그러다 보니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상반기 페트(PET) 생산도 중단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PET 가동률은 69.7%, EG는 34.5%에 불과하다.

LG화학도 올 들어 스티로폼 원료를 생산하는 여수와 대산 공장의 스티렌모노머(SM)와 에틸렌옥시드(EO), EG 생산라인 가동을 줄줄이 중지했다. 최근에는 나주 공장의 알코올 생산을 중단하고 여수 공장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공장 가동 비용을 줄이고 생산라인을 효율화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LG화학 여수 NCC 2공장, 롯데케미칼 LC타이탄 등 대규모 생산시설 매각 가능성도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석유화학 업계는 공장 가동을 효율화하고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위주의 사업 재편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업계에선 스페셜티 시장이 아직 범용 대비 규모가 크지 않아 단기간 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 세제 혜택과 정책금융 지원 등을 검토 중이다.

현재 정부는 일본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을 벤치마킹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2010년대 이후 일본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 현황을 참고하기 위해 긴급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 장기 불황 등으로 비교적 이른 1980년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한 일본은 정부 주도로 기업 간 합병과 설비 통폐합을 이뤄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석유화학 업체인 미쓰비시화학과 미쓰이화학도 이렇게 탄생했고, 역내 증설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범용 제품의 경우 경쟁사끼리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업체 수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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