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신화’ 이룬 삼양식품…임직원 근속은 뒷걸음질[유통업 지속가능 보고서⑦]

▲삼양식품 로고 (사진제공=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흥행 속 삼양식품의 '질주'가 지속되고 있다. 1년 새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증가했고 CJㆍ농심 등을 제치고 식품업계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외부에서 보여지는 승승장구와 달리 삼양식품 임직원 평균 근속기간이 줄어들고 자발적 이직이 늘어나는 등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회사 잘 나가는데 내 연봉은 왜 그럴까?”…이직 택하는 직원들

20일 삼양식품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20023년 발간) 따르면 삼양식품 직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지난해 기준 6년으로 집계됐다. 이는 평균 7년대였던 2021년과 2022년 대비 1년 가량 축소된 것이다. 여성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6년에서 5년으로 줄었고 남성 직원들의 평균 근속기간 역시 8~9년에서 7년으로 내려앉았다.

삼양식품 직원들의 이직 행렬도 해마다 증가세다. 2021년 484명이었던 이직자 수는 2022년 711명, 2023년 789명으로 매년 우상향 중이다. 삼양식품 임직원들의 자발적 이직 비중은 지난해 기준 81.7%다. 임직원 10명 중 8명은 스스로 회사를 떠나고 있는 셈이다. 2021년 90%를 상회하던 자발적 이직 비중이 80%대로 낮아지긴 했으나 당시 전인장 회장 횡령 이슈 등으로 임직원 보수가 감소하는 등 회사 상황이 악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삼양식품의 역대급 성과와 내부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다소 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삼양식품 직원들의 보수 증가율은 전년 대비 15% 상승했다. 그러나 평균 임금 수준은 여전히 경쟁사들과 큰 폭으로 차이가 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농심 임직원 평균 연봉이 5686만 원인 반면 삼양식품 평균 연봉은 4975만 원대에 그쳤다. 현재 삼양식품 내 최고 연봉자는 김정수 부회장으로 2023년 기준 23억2300만 원을 수령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2023년 임직원 보수 평균값 대비 CEO 보수 비율은 46.3배 수준이다.

삼양식품은 올 상반기에 기록한 호실적 성과와 관련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격려금(30만 원)을 지급했지만 사상 유례없는 성과를 임직원들과 공유하기에는 다소 인색한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삼양식품 역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상에 "인재는 곧 삼양식품의 경쟁력이자 미래"라고 명시해놓았지만 회사 이익과 성과급 연동이 공정한 보상이라는 직원들의 인식을 고려할 때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글로벌 매출 확대 위해 전담팀 꾸리고 외부 인재 눈독…3세 승계 박차

한편 삼양식품은 전세계에 걸쳐 사업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다양한 인적 쇄신 시도와 조직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올해 10월부터는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불닭브랜드본부 BXT(Brand Experience with Technology) 팀을 꾸려 운영에 나섰다. 기존 부서(소비자 직접 판매팀)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불닭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신사업을 이끌게 된다. .

수 년간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 면면만 보더라도 삼양식품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7월에는 AI(인공지능) 교육 기술 기업 뤼이드에서 B2C 사업을 총괄하고, SBXG(옛 샌드박스게이밍)의 CEO로 활동했던 정인모 PO(프로덕트 오너)를 영입했다. 정 PO는 최근 불닭 브랜드의 해외 인지도 제고 역할을 맡고 있다. 삼양식품은 또한 물류 전문가이자 CJ대한통운 출신인 박경철 삼양로지스틱스 대표를 영입했으며, CJ제일제당 출신의 김주영 삼양차이나 법인장, 신용식 삼양아메리카 법인장 등 글로벌 인재도 연달아 영입했다.

삼양식품은 또한 해외 수출액 비중 확대에 따른 직원들의 다국적화를 시도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처음으로 대규모 외국인 대상 채용 연계 인턴십 선발 과정을 진행 총 9개 직군에 대해 두 자릿수 규모의 채용을 전개했다. 최종 합격자는 한국 본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삼양식품은 앞서 8월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글로벌 채용박람회인 ‘2024 글로벌 탤런트페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글로벌 채용 전형을 신설, 세계 유수 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회사 소개와 교류의 기회를 마련 중이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이 2018년 43%에서 올해 상반기 77%대까지 확대된 만큼 인재풀을 다양화하겠다는 취지다.

전인장 전 회장의 부재 속 승계작업에도 본격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오너가 3세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CSO)은 2019년 25세에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하며 임원이 됐다. 당시 부친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이 횡령 혐의로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전 본부장이 예상보다 일찍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올해 서른살인 전 본부장은 입사한 지 4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상무로 승진했다.

전 상무는 주로 삼양라운드스퀘어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양라운드스퀘어 지분 24.2%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열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참여해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올해 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4에 방문해 글로벌 기업과 웰니스, 푸드테크 등 부스를 탐방하기도 했다. 전 상무는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와 문화예술 기반의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을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양식품 측은 "내년에는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불닭 브랜드를 비롯해 그룹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입체적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삼양식품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핵심이 ‘사람’이라는 점에 보다 집중하고자 한다"며 "가장 먼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과 채용에 더욱 힘쓰고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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