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칙금 안 내면 법원에 즉결심판 청구”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교통사고에 대한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에도 범칙금을 내지 않는다면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교통사고는 2022년 4월 25일 발생했다. A 씨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편도 5차로 도로를 주행하던 중 2차로에서 3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다 뒤에 오던 차량과 충돌했다. 검찰은 ‘진로 변경이 잘못됐다’며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A 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 A 씨는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벌금 등 비교적 가벼운 형이 선고될 경우, 2년이 지나면 형의 효력이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다. 당시 재판부는 A 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A 씨가 ‘정상적으로 차선을 변경했는데 상대 차량이 멈추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항소했고,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했다. A 씨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또 법원은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는 개별 과실 행위(진로 변경 방법 위반)를 따로 떼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환송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제기가 법령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종합보험 가입으로 벌을 받지 않는 경우엔 범칙금을 납부하면 해당 행위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게 된다. 다만 A 씨는 면허벌점 20점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며 범칙금 3만 원을 납부했다가 이를 다시 돌려받았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경찰서장 등은 범칙금 통고 처분을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법원에 즉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미 납부한 범칙금을 회수한 결과 후속 절차가 진행돼 이 사건 공소제기에 이르렀다”며 “원심의 조치에는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