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걸쳐 케이블 두 곳 절단
중국 선사, 조사에 협조 중
러시아 정보기관 관여 의심돼
조사관들에 따르면 이펑 3호는 17일 오후 9시경 스웨덴과 리투아니아를 연결하는 케이블을 1차로 끊은 뒤 약 111마일(약 179㎞)을 이동해 18일 오전 3시경 독일과 핀란드 사이의 케이블을 2차로 절단했다.
한 조사관은 “배가 닻을 내린 채 이동해 몇 시간 동안 속도가 나지 않고 케이블이 끊어진 것을 선장이 눈치 재지 못했을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말했다.
운송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분석 업체인 케플러 역시 “온화한 기상 조건과 제어할 만한 파도 높이였던 것을 고려하면 우연히 닻을 끌고 갔을 가능성은 미미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선박 소유주인 닝보이펑해운은 조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공해상에서 자사 선박을 세우는 것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7일과 18일, 핀란드·독일 해저케이블과 리투아니아·스웨덴 해저케이블이 절단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케이블이 절단되던 무렵 이펑 3호가 인근을 지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구권 정보기관들은 중국 정부보다 러시아 정보기관이 이 일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홍콩 선적의 화물선 ‘뉴뉴폴라베어(Newnew Polar Bear)’호가 닻을 내려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연결하는 가스 파이프라인과 통신 케이블을 절단했다. 당시 선박에는 러시아 선원들이 승선해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 당국은 타당한 법적 근거 없이 선박 운항을 중단하는 것은 바라지 않아 이 화물선이 북극권에 있는 러시아 항구로 향하는 것을 허가했다.
그러나 이펑 3호의 경우 두 번째 케이블이 손상된 후 덴마크 해군이 신속히 개입해 선박을 멈췄다. 운항 패턴을 변경한 것도 의혹을 고조시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클라인만에너지정책센터의 벤저민 슈미트 수석 연구원은 “이펑 3호는 2019년 12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는 중국 영해에서만 운항했다”며 “갑자기 러시아 석탄 등의 화물을 운반하면서 동해에 접한 나훗카항 등 러시아 항구에 기항하고 바렌츠해의 무르만스크항을 여러 번 오가고 발트해로도 갔다. 현재 이 선박은 러시아산 비료가 적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만으로는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지만, 수년간 중국 해역에서만 운항하던 선박의 루트가 러시아 항구로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유럽 당국 조사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