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방적 허수아비위원회, 필수의료 파탄 해결 못 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여의정 협의체를 ‘허수아비’로 규정하며 참여 중인 의사 단체들을 향해 협의체에서 나올 것을 촉구했다.
28일 의협 비대위는 전날 진행한 2차 회의에서 의결한 사안을 발표하며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알리바이용 협의체에서 나올 것을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구성한 허수아비위원회로 필수의료 파탄을 해결할 수 없다”라며 “정부가 모순된 의료정책을 해결하려는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필수의료는 갈수록 파탄 날 것을 정부에 경고한다”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할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10월 30일 한 대표는 여의정협의체로 가장 시급한 민생과제인 의료대란 문제를 풀고, 2025년 정원까지 의제로 올리겠다며 의료계의 참여를 요청했다”라며 “이후 한 대표는 여의정협의체에는 제대로 참석도 하지 않더니 11월 26일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의료 살리기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병원을 지원하고 충실히 만드는 것이지 의과대학 신설이 아니다”라며 “한 대표의 발언은 여의정협의체가 알리바이용 협의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진정성이 전혀 없다”라며 날을 세웠다.
의료 현장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지 않으면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3년 3월 19일 신경외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후두부 부종 환자를 태운 119구급차를 돌려보낸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했다’라며 시정 명령 및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받은 사례를 언급했다.
비대위는 “응급의료법은 119 구급대원이 이송 전 응급의료기관의 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하고 응급환자의 상태 및 응급처치 내용을 미리 통보하고, 응급의료기관의 장은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을 때 지체 없이 관련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라며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시스템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이 시스템에 따른 병원을 처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장이 꼬인 생후 5일 신생아 응급환자 수술에 과실이 있었다며 2023년 10월 법원이 한 병원에 10억 원 배상판결을 선고한 사례도 제시했다.
비대위는 “당시는 3·1절 연휴였으며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가 없었고, 지체하면 위험하다고 판단한 외과의사가 응급수술을 했다”라며 “법원은 외과 전문의일지라도 소아외과를 잘 모르는 외과 전문의가 왜 소아환자 수술을 했냐며 가혹하게 판결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진료현장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다”라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모순된 상황, 막다른 골목을 만들어 놓고 전공의들에게 수련을 받으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이런 핵심적 문제는 외면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들로 채운 대통령실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라고 꼬집었다.
비대위는 정부의 정책에 완강히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하며 강경한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21일 첫 회의 이후에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 모집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여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는 회의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이날 이후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등을 만나 1시간가량 대화했다.
그간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임현택 전 의협회장의 언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정치권과도 선을 그으며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의협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이후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으며, 현재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의협 비대위에도 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개혁신당 의원들에게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에 변화가 없으면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피력했으며, 여의정 협의체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