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통상적인 증언 요청…위증 요구로 보기 어려워”
징역 3년 구형한 검찰, 항소할 듯…아직 재판 3개 남아
법원이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것과 달리 이번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고의성 여부’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위증교사 정범으로 기소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출신 김진성 씨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의 시작은 ‘검사 사칭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사 사칭 사건은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을 취재하던 KBS PD가 검사를 사칭해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과 통화하는 과정에 이 대표가 가담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대표는 공무원 자격 사칭 공범 혐의로 기소됐고, 2004년 12월 유죄가 인정돼 벌금 150만 원을 확정받았다.
그러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하자 사건이 다시 주목받았다. 2018년 5월 경지도지사 후보 토론에서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여부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주장했다가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백현동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시장 비서 출신인 김진성 씨의 과거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 대표가 ‘있는 대로 얘기해달라’고 말하는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녹취록을 근거로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자신의 토론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허위 증언을 요청했다고 보고 지난해 10월 두 사람을 위증교사·위증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1년여 동안 진행된 위증교사 1심 재판 내내 유무죄를 치열하게 다퉜다. 특히 녹취록에 담긴 발언의 해석을 놓고 공방을 벌였고,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양형기준상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번 재판부가 살펴본 주요 쟁점은 △이 대표가 실제 허위 증언을 요구했는지 △거짓인 줄 알면서도 고의로 허위 증언을 요구했는지 등이었다.
재판부는 “(이 대표와 김 씨 사이) 각 통화 내용에 나타난 내용과 표현의 의미, 문맥, 경위 등을 비춰볼 때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증언에 관해 언급했다고 해서 위증을 요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김 씨가 알지 못하거나 모를 수 있는 내용에 관해서는 증언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이 대표는 김 씨가 기억하거나 동조하는 사항 또는 적어도 김 씨가 명백히 부정하지 않는 사항만 명시적으로 증언을 요청했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김 씨가 사건 증언에 이르는 과정에 이 대표가 개입했음을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점, 통화 당시 김 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점 등을 짚었다.
이 대표는 김 씨가 위증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김 씨의 위증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 대표 요청을 받고 알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증언한 김 씨에 대해 “국가의 사법 기능을 방해하고 법원의 실체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저해하는 행위로서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대표와 검찰 모두 해당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검찰은 위증교사 사건 역시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할 예정이다.
이달 1심 결론이 난 두 사건 외에도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불법 대북송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혐의 등 이 대표 관련 3개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