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국민연금 선택이 변수

입력 2024-11-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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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5대 4 구조로 임종윤·종훈 형제 측 우세…고발·맞고발 등 지속돼

가족 간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사이언스가 임시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향배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 임종윤·종훈 형제가 이사회 과반을 차지했지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3자연합) 지분 비율이 더 높다. 다만 아직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의사 표시가 없어 누가 승리할지 알 수 없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임시주총을 열고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인에서 11인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건과 신동국 회장, 임주현 부회장 이사 신규 선임 건 등을 상정했다.

현재 공시 기준 3자연합 지분율은 신 회장 14.97%, 송 회장 5.70%, 임 부회장 8.11% 등 44.97%다. 형제 측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12.46%,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9.39% 등 25.62%다. 양측 모두 완전한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

앞서 3월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회장 지지를 토대로 승리한 형제 측은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 5명을 이사회에 진입시켜, 5대4로 이사회에서 우위를 점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모녀 측을 공개 지지했고, 주총 결과 소액주주는 형제 측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 회장은 올해 7월 모녀 측을 지지하며 형제 측과 반대편에 섰다. 따라서 구체적인 지지 표시를 하지 않은 국민연금공단(6.04%)과 소액주주(23.25%)의 선택에 따라 그룹 경영권이 결정될 수 있다.

임시주총을 앞두고 양 측 고발과 맞고발, 비방도 지속됐다. 한미사이언스는 18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외 3인의 그룹사 고위임원,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 김남규 대표 등 5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및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앞서 13일에는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되는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가 송 회장과 박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3자 연합도 형제 측을 무고 및 업무방해, 배임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형제 측은 그룹 내 공익재단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에 ‘중립’을 지킬 것을 공개 요구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중립을 지키겠다는 확약이 있을 때까지 기부금 지급 보류를 통보했다. 3월 정기주총에서 가현문화재단은 모녀 측 손을 든 바 있다. 두 재단은 총 8.0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정관 변경에는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달성이 어려워 부결되고, 이사 선임의 건은 가결돼 이사회에서 5대5구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다음 달 박 대표와 신 회장의 이사 해임 등을 논의할 한미약품 임시주총 결과로 시선이 옮겨갈 전망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하고 있다. 5대5 구도가 유지되면 양 측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그룹사 주요 결정을 두고 사사건건 부딪칠 가능성도 크다. 반면 3자연합이 원하는 대로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 모두 이뤄진다면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는 3자연합이 제안한 정관변경 및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19일 3자연합이 상정한 이사회 인원 확대 건과 신 회장과 임 부회장 2인의 이사 선임 건에 대해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도 ISS와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도 보고서를 통해 3자연합 측의 2개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당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체 주주가 아닌 특정 주주를 위한 이사회 규모 변경은 반대 사유에 해당된다”며 “이번 정관변경 안건은 전체 주주 관점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것이기보다 특정 주주를 위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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