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 장기화 가능성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확산 우려에 최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넘나들고 있다. 강달러 현상은 한국 경제에 악재다.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소비자물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어서다.
25일 외환 당국 등에 따르면 이달 2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3원 오른 1401.8원에 마감했다. 주가 거래 종가가 1400원을 넘어선 건 지난 14일(1405.1원) 이후 8일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해 1400선을 넘나들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확전 우려와 미국 경제 지표 호조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이런 강달러 현상은 소비자물가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4%대 후반까지 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2.9%) 3%대 아래로 내려온 뒤 5월(2.7%), 6월(2.4%), 7월(2.6%), 8월(2.0%) 등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이후 소비자물가는 9월(1.6%), 10월(1.3%) 두 달 연속 1%대를 기록하며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최근 고공행진 중인 환율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수입물가는 통상 한두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겨우 1% 초반대로 내려온 물가 상승률이 내년 상반기 중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 더 우려스러운 건 물가 상승이 지속할 경우 국민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해 내수 회복을 더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내년 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까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물가 상승 폭을 추가로 키워 내수 침체가 장기화할 수 가능성이 크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계속 오르면 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금리를 내려서 내년에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하지만 현 상황이 계속되면 금리를 쉽게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세수 결손도 상당히 커 (물가가 계속 올라도) 사실상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