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의 아카데미상으로도 불리는 ‘더 게임 어워드’(TGA) 시상식 개최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과정에 있는 게임업계에서 어떤 게임이 올 한 해를 대표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TGA 시상식이죠.
게임사들도 이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면 명예는 물론 부가적인 마케팅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관심이 많습니다. 자신들의 작품이 TGA에서 ‘고티’(올해의 게임, Game of the Year)을 받은 것만으로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해당 작품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어 추가적인 매출 상승도 노릴 수 있어서죠.
TGA 심사위원회는 고티 후보작으로 △아스트로 봇 △검은 신화: 오공 △메타포: 리판타지오 △발라트로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 △파이널 판타지 VII 리버스 등 여섯 작품을 선정했는데요. 각 게임은 게이머들에게 어떤 점을 어필해 고티 후보로 선정됐을까요?
팀 아소비에서 제작한 아스트로 봇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인데요. 기존에는 플레이스테이션(PS) 홍보 및 튜토리얼용 무료 게임이었죠. 무료 게임임에도 훌륭한 퀄리티, 아기자기한 캐릭터, 플레이스테이션을 연상시키는 배경 소품 등으로 호평받았어요. 이에 5번째 작품은 유료 패키지 게임으로 출시했죠.
아스트로 봇의 강점은 전작들이 무료 게임이었다는 점이에요.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매한 게이머라면 한 번은 해볼 수밖에 없고, 이것이 접근성을 크게 높였죠. 일단 게이머가 플레이를 해야 평가를 받을 기회가 생기니, 이는 굉장한 장점이 됐어요.
또한, 게이머들은 캐릭터가 물건을 쥐는 상황에서는 패드의 버튼이 잘 눌리지 않고, 패드 내 오디오 마이크를 활용한 퍼즐이 존재하는 등 듀얼센스 컨트롤러를 잘 활용한 점도 높게 평가했어요.
3인칭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검은 신화: 오공'은 발매 전 우려가 컸어요. 콘솔 게임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신생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고, 일반 게이머를 대상 체험판조차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려는 출시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그래픽과 연출 면에서 훌륭하단 평가를 받았고, 높은 퀄리티의 보스전도 게이머들의 합격점을 받았죠. 특히 중국의 유명 고전 소설 서유기를 재해석한 스토리가 강점으로 꼽혔습니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봉술, 변신 등의 도술을 활용한 전투 시스템도 호평받았어요.
다만 게임 최적화 이슈가 단점으로 꼽혔는데요. 프레임 드롭 현상이 자주 보이고, 특정 그래픽 카드를 쓰는 게이머들은 접속조차 하지 못해 불편함을 겪었죠. 한국에서는 번역 오류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것이 수상 요소에서 크게 고려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요.
'메타포: 리판타지오'는 ‘페르소나’ 시리즈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제작진들을 주축으로 신규 설립된 ‘아틀러스 스튜디오 제로’에서 내놓은 RPG 게임인데요. 페르소나 시리즈처럼 스타일리쉬한 사용자환경(UI)과 긴 플레이타임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액션 RPG와 턴제 RPG를 혼합시킨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인데요. 적 레벨이 플레이어 캐릭터보다 낮으면 액션 RPG 방식, 높으면 턴제 RPG 방식으로 전투를 벌이는 점이 게이머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어요.
게임 중 스토리 진행 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 전환되는 것도 특징이죠. 게이머들은 이러한 장면 전환으로 스토리에 더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고 평가했어요.
카드 게임인 포커 기반 덱 빌딩 로그라이크 장르 게임인 '발라트로'는 6개의 후보 중 유일한 인디게임입니다. 게임 진행 방식은 포커와 유사하지만, 도박(베팅) 요소는 없어요. 대신 포커 점수에 150장 이상의 다양한 ‘조커’ 특수 카드를 합쳐 점수를 합산, 각 스테이지가 요구하는 점수에 도달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죠.
아무런 홍보 활동이 없었던 인디게임임에도 입소문만으로 스팀 동시 접속자 3만5000명을 넘어서는 등 흥행에 성공했어요. 게이머들은 한 번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몰입도, 낮은 진입장벽 등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어요.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3인칭 오픈 월드 RPG 게임으로 고티 수상이 가장 유력하다고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2022년 고티를 받았던 ‘엘든 링’의 다운로드 콘텐츠(DLC)로 확장팩 수준의 콘텐츠 볼륨을 자랑하죠.
엘든 링은 마이너한 장르였던 소울라이크(RPG 하위장르로 다크 판타지와 어려운 난이도가 특징) 장르를 메이저 장르로 이끈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어요. 이 DLC는 그러한 부분을 확대·발전시켰죠. 특히 소울라이크의 핵심인 보스전의 재미가 더 커졌다는 평가를 받았죠.
고티 수상이 가장 유력하지만, 실제 대상을 받는다면 가장 큰 논란이 예상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더 게임 어워드는 기존엔 DLC 작품을 수상 후보로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게임의 추가 콘텐츠 개념인 DLC는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 힘들단 인식 때문이죠.
하지만, 이 게임 출시 후, 더 게임 어워드 측은 갑작스럽게 DLC도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기준 변경 소식을 알렸습니다. 주최 측은 우연히 시기가 겹친 것뿐이라고 하지만, 게이머들은 엘든 링 DLC에 상을 주고 싶은 주최 측이 무리한 결정을 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죠. 실제 수상까지 이어질 경우, 논란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파이널 판타지7 리버스'는 1997년 출시된 ‘파이널 판타지7’의 리메이크 3부작 중 2번째 작품으로 원작이 공전의 히트를 한 만큼, 발매하자마자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발매 후 개선된 전투 시스템, 사이드 스토리 추가를 통한 몰입감 증가, 원작의 향수를 잘 느끼게 한 점이 긍정적인 요소로 꼽히는데요.
단점으로는 리메이크 1번째 작품인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를 플레이해야만 전체적인 스토리가 이해된다는 점, 출시가 예고된 3번째 리메이크 작품도 플레이해야 스토리의 끝맺음을 확실히 할 수 있다는 점이 꼽혀요.
엘든 링 DLC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게이머들은 이 작품이 고티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이미 출시됐던 작품의 리메이크작에 상을 수여한다면, 신규 게임보다는 검증된 과거 흥행 게임을 리메이크해 내놓는 풍조가 지나치게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