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콜 사태로 월가 은행 100억 달러 대 손실
2021년 3월 발생한 월가 파생금융상품 마진콜(추거 증거금 요구) 사태로 기소된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한국명 황성국·60)에게 미국 법원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는 이날 주가 조작과 은행 사기 혐의 등 10가지 혐의에 대한 유죄라고 판단한 7월 배심원단의 평결에 따라 황 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 앞서 지난주 검찰은 황 씨에게 화이트칼라 범죄 기준으로 이례적으로 높은 징역 21년형을 구형했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에 따라 살지 않으면 법에 따라 매우 엄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황 씨는 2021년 금융회사들을 속여 거액을 차입한 뒤 이를 자신들이 보유 중인 주식에 대한 파생상품에 투자함으로써 시세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그가 운영하는 개인 투자회사 아케고스캐피털매지니먼트는 2020년 월가 주요 투자은행(IB)들과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 차액거래(CFD) 계약을 맺었고 보유자산의 5배가 넘는 500억 달러(약 70조 원) 상당을 디스커버리, 비아컴, 텐센트 등 주식에 투자했다.
황 씨의 차입금은 당시 1600억 달러까지 급증했는데, 갑자기 투자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자 증거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마진콜 상황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골드만삭스가 담보주식을 블록딜로 내다 팔면서 손실이 불어났고, 결국 아케고스는 파산했다.
이로 인해 모건스탠리와 UBS, 크레디트스위스(CS), 노무라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총 100억 달러의 손실을 봐야 했다. 특히 가장 큰 손실(50억 달러)을 본 CS는 다른 악재까지 겹쳐지면서 결국 UBS에 강제 매각됐다.
황 씨는 이날 선고 전 법정에서 “아케고스 직원들과 은행들, 고통을 겪은 은행 직원들에게 깊은 아픔을 느낀다”고 진술했다. 황 씨 변호인 측은 재범 가능성이 작아 이번 판결에 항소하는 동안 보석으로 그의 자유를 계속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