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인건비 부담 등으로 적자
내년 1분기 회생절차 졸업 전망
미국 저가항공사 스피릿항공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치열해진 경쟁 인건비 상승과 고금리 부담이 적자로 이어졌다. 여기에 제트블루가 경영난에 빠진 스피릿 항공을 인수하려 했으나, 이마저 미국 정부가 막아선 것이 직격탄이 됐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피릿항공은 이날 뉴욕 남부 연방파산보호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파산보호 신청에 앞서 스피릿은 채권단과 기업 정상화를 위한 포괄적인 재무구조개선 협약을 맺었다. 이에 채권단은 주식투자 형태로 스피릿에 3억5000만 달러(약 4877억 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신규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날 스피릿은 성명을 내고 “파산보호 절차는 채권자 과반수의 지지를 받아 채무를 줄이고 재무 유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회사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스피릿은 현재 36억 달러 규모의 부채가 있는데, 회생절차에 따라 부채가 7억9500만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구조 개선 계획이 예정대로 이행되면 내년 1분기 중 회생절차를 졸업할 수 있을 것으로 스피릿은 기대했다.
스피릿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자 항공기 매각과 파일럿 등 인력 축소로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인건비 상승과 치열해진 동종업계 가격 경쟁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피릿항공은 항공 티겟값을 약 20% 저렴하게 제공했다.
스피릿은 경영 재건을 위해 2022년 7월 경쟁업체인 제트블루가 회사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법원이 경쟁 당국의 합병 제동에 손을 들어주면서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필리핀항공, 영국 버진애틀랜틱 항공 등 세계 여러 항공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경영 재건 절차에 들어갔지만, 미국 내 주요 항공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은 2011년 아메리칸항공 이후 처음이다.
한편 법원 감독 아래에서도 영업을 지속하면서 구조조정과 기업 매각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승객들은 항공편을 여전히 이용할 수 있으며 기존에 확보한 마일리지도 사용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