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핵심 소재 '닥터 코퍼'…2030년엔 사용량 11%↓[모빌리티]

입력 2024-11-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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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1대당 구리 70㎏ 사용…내연기관차의 최대 3.5배
가격 경쟁력 확보 위해 구리 함량 줄이는 추세

금융시장에서 구리는 ‘닥터 코퍼(Dr. Copper)’로도 불린다. 구리 가격의 변화가 세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된다는 의미에서 ‘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구리 박사는 여러 첨단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에서 쓰임이 늘어나고 있다. 현존하는 금속 중에선 은 다음으로 전기와 열을 가장 잘 전달하고, 고온과 고압에 강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구리 수요의 3분의 2가 전기차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음극재를 감싸고 있는 동박이 대표적이다. 동박은 6~8마이크로미터(㎛·1m의 100만분의 1) 정도의 얇은 구리 호일이다. 전류를 흐르게 하고,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뿐만 아니라 전기모터, 충전 케이블, 방열부품, 전기차 내부의 여러 회로를 연결하는 부스바 등에도 구리가 들어간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구리는 약 70㎏로, 내연기관차(평균 20㎏)의 3.5배에 달한다.

문제는 높은 가격이다. 알루미늄은 구리보다 가격이 4배가량 저렴하고 무게 역시 3분의 1에 불과한 대신, 전기 전도성이 구리의 60%에 불과하다. 알루미늄이 구리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려운 이유다.

전기차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떨어트리기 위해선 제조 비용을 낮추는 게 관건이다. 전기차·배터리 생산자들의 선택지 중 하나는 구리의 비중을 낮추거나 다른 금속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국내 동박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용 니켈도금박을 개발했다. 양면에 니켈을 도금해 활물질과의 접착력을 높이고, 황에 의한 부식을 막을 수 있게 했다. 부식에 강한 스테인리스, 니켈보다 원가 경쟁력도 높다. 현재는 마더 플랜트인 익산공장에서 고객사에 샘플을 납품하고 테스트하는 단계다.

원료가 풍부하고 영하에서도 90% 이상의 성능을 발휘해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로 주목받는 나트륨이온배터리도 음극에 동박 대신 알루미늄박을 사용해 가격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전기차 1대당 구리 사용량은 2030년이면 지금보다 약 11% 감소한 62㎏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구리가 여전히 전기차 산업의 ‘박사’ 지위를 지킬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고, 충전 인프라가 확대되면 전선이나 케이블 등에서도 구리 수요가 지속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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