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대표적 약자와의 동행 사업인 ‘희망의 인문학’을 수료한 서모 씨는 한식 조리사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며 창업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차가운 길바닥에 둥지를 틀어야 할 만큼 ‘마음의 병’이 커졌을 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우연히 알게 된 ‘희망의 인문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용기를 배웠고, 부정으로 가득 찼던 마음에도 긍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15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희망의 인문학’ 수료식이 개최됐다. 졸업가운을 입고 학사모를 쓴 225명의 수료생이 서로의 ‘완주’에 박수를 보내며 기쁨을 나눴다.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과 저소득층 등 사회 약자들이 자립 의지를 회복해 새 인생을 설계하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2008년 처음 시작됐다. 한 사람의 변화를 위대한 기적이라 여겼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뚫린 가슴에 희망의 새살을 돋울 마음의 양식’으로 ‘희망의 인문학’을 구상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4000여 명이 희망의 인문학을 수료했다. 2022년 10년 만에 부활한 희망의 인문학은 ▲희망과정(시설주관) ▲행복과정(서울시립대·숭실대주관) ▲대학특강으로 나눠 진행 중이다. 작년 696명에 이어 올해 827명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참여자(989명) 대비 수료자 비율은 84%에 달했다.
수료생 대표의 “올해 좋은 동료 및 스승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고 따뜻했다”는 개회사로 시작된 수료식은 수료생들로 구성된 ‘희망의 합창단’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합창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어 오 시장과 함께 진행된 토크콘서트 ‘내가 나에게, 우리에게’에서 수료생들은 희망의 인문학을 통해 느낀 감정과 변화를 진솔하게 꺼내놨다.
서울시립대 행복과정을 수료한 현모 씨는 “특강에서 모르던 이야기를 들었는데 감격스럽고 재밌었다”며 “희망의 인문학이 있는 수요일이 기다려졌다”고 말했다.
같은 과정을 수료한 한모 씨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좋았다”며 “학생들과 같이 밥을 해서 먹는 일도 있었는데 나누는 게 좋아 요식업 창업 꿈도 생겼다”고 말했다.
모임이 진화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숭실대 행복과정 수료생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모 씨는 “사업 실패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동안 망상에 빠져 고립된 생활을 했다”며 “작년에 희망의 인문학을 알게 돼 참여했고 과정을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수료생들과 올해 인문학 동기 모임을 만들어 토론하고 소통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희망의 인문학을 수료하고 경비원으로 취업에 성공한 원모 씨는 “경비로 일하면서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제 이야기를 듣고 한 분이라도 자립의 용기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진심을 전했다.
희망의 인문학에 큰 애정을 갖고 지원해온 오 시장은 “여러분들이 그동안 혹시 완전히 희망을 잃고 계시다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셔서 인생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면 충분한 보람을 느끼고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분들의 성취가 비슷한 아픔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전달돼 서울시가 좀 더 희망이 있는 곳으로 그리고 변화를 꿈꾸는 곳으로 만들어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