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 요청권' 도입 한 달…금리인하요구권처럼 자리 잡을까

입력 2024-11-18 05: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국민ㆍ하나 앱으로 채무조정요청 가능
우리ㆍ신한은 이달 말 앱 개편 계획
당국 '대출 쇼핑' 우려에 공시는 신중
내년 1월 16일 계도기간 종료 후 검토

연체된 빚이 있는 사람이 금융사에 직접 채무 조정을 요청할 수 있게 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가 제도 접근성을 높이는 데 한창이다. 금융당국은 계도기간인 내년 1월까지 제도의 현장 안착에 집중하고 이후 금리인하요구권처럼 은행별 실적을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4대 은행 중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법 시행일에 맞춰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채무조정요청을 할 수 있게끔 앱을 개편했다. 지난달 17일부터 시행된 개인채무자보호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 데 따른 것이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대출을 갚기 어려운 개인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완화해 빠르게 재기할 수 있도록 돕고, 금융사가 빌려준 돈의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연체 채무관리 체계를 기존의 사후 조정 방식에서 금융사 중심의 사전 예방 방식으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제도 시행으로 대출금액 3000만 원 미만을 연체 중인 개인이 직접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채무조정요청권’이 도입됐다. 심사를 거쳐 장기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하거나 상환유예를 해주는 등 조정이 결정된다. 금융사는 채무조정요청을 받은 날부터 10영업일 내 조정 결과를 고객에게 알려줘야 한다.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은 일제히 법의 조기 정착을 위한 접근성, 편의성 향상에 나섰다. 국민·하나은행은 각 은행의 앱에서 요청계좌와 사유를 입력하면 채무조정요청이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신청을 요청하는 고객에 한해 인터넷 URL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편의를 봐주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모바일 뱅킹 앱 ‘신한 쏠(SOL)’에서도 신청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달 말 ‘뉴원(WON)뱅킹 앱’ 오픈을 앞둔 우리은행 역시 아직 앱을 통한 신청은 불가능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터넷뱅킹을 통해 신청을 받고 있고, 오픈 예정인 앱을 통해서도 신청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업권도 자체 채무조정을 더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전산을 사용하는 저축은행 67곳에서 연체된 빚이 있는 사람은 앱을 통해 조정신청이 가능하다.

자체 전산망을 사용하는 저축은행 12곳 중 웰컴·애큐온저축은행 등은 법 시행일에 맞춰 앱에서 신청할 수 있게 서비스를 개시했다. 고객이 신청하는 경우, 저축은행 내 개인채무자 보호팀이 이자 유예,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상환 부담을 줄여줄 방법을 안내한다.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수요가 많지 않아 전산 구축을 하지 않았다는 곳도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향후 활성화가 되면 앱을 통한 신청 서비스를 구현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현재 전화로 요건 확인 후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채무조정담당팀에서 상담,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 16일 계도기간까지 금융사와 함께 법의 안착에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운영을 시작한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상황 점검반 회의를 통해 법령해석과 관련한 협회 질의에 답을 하는 등 금융사와 소통을 진행 중이다.

계도기간이 종료되면 금융당국은 채무조정요구권도 금리인하요구권처럼 은행별로 실적을 공시하는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신용 상태 개선에 따라 금리 부담을 낮춰주는 금리인하요구권과 달리, 채무조정요구권은 정상적인 상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대출을 장기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하거나 상환을 유예해주는 등의 조치라 대출 ‘쏠림 현상’에 유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정 은행에서 채무조정을 많이 해주면 해당 은행으로 대출이 몰리는 ‘대출 쇼핑’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공시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우수사례만 공개할 것인지, 금리인하요구권처럼 신청·수용 건수와 수용률까지 다 공시할 것인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