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씨 논란 등에 대해 "모든 것은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임기 반환점을 사흘 앞두고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했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 "국민들이 좋아하시면 하고, 국민들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면서 "여론을 충분히 감안해 외교 관례와 국익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여사의 활동을 공식 보좌할 제2부속실장을 발령한 점도 공개했다.
명태균 씨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선 "(대통령 후보) 경선 이후 연락을 끊었다"며 "명 씨와 부적절한 일이 없어 감출 것도 없다"고 자신했다. 또 공천 개입 의혹을 두고는 "누구에게 공천해 주라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 여론조사가 잘 나왔기 때문에 조작할 이유도 없었다"며 "인생을 살면서 조작을 한다는 것은 해본 적이 없다"며 거리를 뒀다.
특히 야권의 김 여사 국정 개입 의혹 공세를 두고 "검찰총장 때부터 저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지만, 제 집사람도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 제 처를 많이 악마화시킨 것은 있다"며 "가릴 건 명확하게 가려야 한다. 제 아내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더 신중하게 매사에 처신해야 하는데 이렇게 국민께 걱정 끼쳐 드린 건 무조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선 '정치 선동'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선동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면서 "특검을 할지말지 국회가 결정해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수백명이 조사받고 일부 기소됐다. 김건희 (여사)를 기소할 만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했지만, 기소를 못 하지 않나"라며 "일사부재리는 통상 수사나 검찰 업무에 대해서도 적용되는데, 이런 것을 갖고 특검한다는 자체가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했다.
김 여사의 직접 사과 가능성을 두고는 "선거 때부터 인간 관계 등을 제가 관리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못해서 사과를 드린 것"이라며 "아내가 (오늘) 사과 좀 제대로 하고 오라고 하더라 자신을 둘러싼 '악마화', '가짜뉴스' 등에 대해 억울함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인적쇄신에 대해선 "임기 반환점을 맞아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을 보여드리기 위해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며 "국회 예산이 마무리되고 나면 내년도에 신속하게 예산 집행을 해줘야 국민들의 민생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다는 점, 또 미국 대선도 있다. 여기에 대한 대응 등까지 감안해 시기는 조금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사과가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 않나"라며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고, 과거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소통 프로토콜 제대로 안지켜졌기 때문이고, 안해도 될 이야기해서 생긴 일들이니 그 부분을 사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안생기도록 조심하겠다는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도 시정연설 불참에 대한 질의에는 "취임 첫해 시정연설을 갔는데 국회에 더 많은 의석을 구성하는 정당에서 피켓 시위를 하며 본회의장에 안 들어와 반도 안 되는 의원들 앞에서 연설했다"며 "두 번째는 돌아앉아 있고, 악수도 거부하고 야유하고, '대통령 그만두지 여기 왜 왔어요' 이런 사람도 있다"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탄핵 소추라는 건 중범죄에 해당하는 사람들한테 예외적으로 하는 건데 이런 것을 남발하고, 이미 수도 없이 조사한 걸 특검법을 저렇게 반복하고, 거기다가 동행명령권을 막 남발한다. 이건 국회를 오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안 간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하면서 국회에 오라는 것은 '국민들 보는 앞에 와서 좀 무릎 꿇고 망신 좀 당해라', 이거는 정치를 살리자는 게 아니라 죽이자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정 지지율에 대해선 "축구선수는 전광판 안 보고 공만 보고 때려야 한다는 얘기를 선거 때부터 했다. 제 마음에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도 "변화와 쇄신, 유능한 모습 이런 것들을 국민께 보여드리고 대구·경북 지역에 계신 분들, 전체적으로 국민들께서 속상해하지 않으시도록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