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냐 ‘재기’냐...기로에 선 소상공인 구출 나선 서울시

입력 2024-11-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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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거리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작년 겨울 매출이 뚝뚝 떨어져 힘들었는데 올해 서울시 프로그램을 통해 컨설팅을 받고 매출이 2배가량 늘었어요.”

노원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은진(32)씨는 매출 부진으로 폐업을 고민하던 때, ‘서울시 소상공인 사업재기 및 안전한 폐업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전문가 상담을 거쳐 개선점을 파악했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마케팅 기법 교육도 들었다. ‘처방’을 적용한 후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게 조회 수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매출도 뛰었다. 폐업의 기로에서 재기에 성공한 셈이다.

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소상공인 업체 2779곳의 재기를 지원하고 있다. 신청업체 약 5000개 중 3000개소를 선정해 221곳은 폐업을, 나머지는 회복 지원에 착수한 것이다. 전문가 분석에 따라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사업장 원상복구 비용, 밀린 임대료 등 폐업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 300만 원 지원한다. 반면 회복 가능성이 있을 경우 온라인 판로 개척, SNS 활용법, 메뉴 재구성 등 ‘노하우’를 공유한다.

경기둔화가 지속되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순보증사고액(회수자금 미반환)은 2021년 1235억 원에서 지난해 4638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도 9월까지 3356억 원에 이른다. 대위변제액(신용보증재단이 채무를 대신 변제하고 구상권 확보)도 2021년 687억 원에서 2023년 3470억 원, 올 9월 2460억 원으로 불어났다. 경기가 어려워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업체들이 증가하면서 신용보증재단이 대신 변제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빌린 돈도 못 갚을 정도로 한계에 몰린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에겐 폐업도 높은 벽이다. 폐업에 들어가는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계기업이 폐업 ‘골든타임’을 놓치면 사회적 비용 증가라는 악순환을 낳는다. 소상공인 스스로 재기가 어려질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재정 부담도 증가한다. 적절한 시기에 질서 있게 퇴장할 수 있도록 폐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고 폐업만이 능사는 아니다. 소상공인 사업체가 최대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서울시는 2022년 폐업 지원(2700건)에서 지난해 폐업과 재기 지원으로 사업을 재구조화했다. 용산구에서 아시안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매출이 거의 반토막 났었는데 노후시설을 리모델링하는 지원을 받고 손님들 반응이 좋아졌다”며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정책이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관련 예산도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예산이 140억 원으로 올해보다 35억 원 늘었다”며 “최근 경기 어려움으로 폐업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어 이분들이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초점을 둘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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