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도 겪는 의약품 공급 부족…“원료의약품 자급률 높여야”

입력 2024-11-0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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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바이오 패권 경쟁 속 국내 CDMO 기업 수혜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원료의약품(API) 이슈로 의약품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원료 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고 의약품 부족 예측·대응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6일 서울 서초구 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열린 ‘2024 프레스 세미나’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K-제약바이오의 위기 혹은 기회’를 주제로 발표했다.

엄 상무는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화학 합성 기반 원료의약품 세계최대 공급 국가”라며 “미국 내 원료의약품의 28%만이 자국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 수입한다. 완제의약품의 40%는 인도에서 수입하는데, 인도는 원료의 7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미국의 공급 부족 의약품은 277건이다. 항생제, 항암제, 중추신경계, 순환기, 호르몬제제와 같은 기본적이고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들의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공급 부족의 주요 원인은 의약품 및 원료의 해외 의존과 낮은 제네릭 가격, 수요량 예측 시스템 부재 등이다.

유럽도 제조 지연과 생산능력 부족으로 대부분의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의약품 부족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원료의약품 점유율 증가, 최저 가격에 기반한 가격 정책 및 규제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이 세계 2위 의약품 시장으로 성장하자 미국은 중국을 잠재적 적대국으로 인식하고 국가안보를 위한 적극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실행하고 있다. 미국 하원은 올해 9월 중국 바이오텍 5개 회사(BGI, MGI, 컴플리트 지노믹스, 우시 앱택, 우시 바이오로직스)와 계약 조달을 금지하는 내용의 생물보안법을 의결하기도 했다. 법안의 발효는 미국 상원 본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미국과 중국의 바이오 패권 전쟁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엄 상무는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국내 업체들의 우시 등 기업과의 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대체 기업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과 인도 등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해외기업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내도 의약품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2022년 기준 국내 완제의약품 자급도는 68.7%,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11.9%에 불과하다. 원료의약품 수입 상위 10개국 중 50.1%를 중국과 인도가 차지하고 있다.

엄 상무는 “정부가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필수의약품 자급화를 목표로 생산기술을 지원하고 규제 혁신 및 지원강화 방침을 세워야 한다. 또한 의약품 부족 예측·대응시스템을 가동하고 민관협력을 통해 의약품 공급을 확대하고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급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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