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200명 넘게 감소…"한국은 금융의 갈라파고스"
외국계 금융사에 다니는 직원 수가 4년 새 200명 넘게 줄어들었다. 수익성 악화와 강력한 정부 규제 등으로 저성장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국내 영업 부문을 축소하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감축하려는 것이다.
6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36곳), 보험사(24곳), 증권사(12곳)의 직원 수는 지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말 기준 △2020년 1만783명 △2021년 1만719명 △2022년 1만685명 △2023년 1만618명 △2024년 1만579명으로 집계됐다. 4년 새 204명이 줄어들었다. 다른 외국계, 국내 금융사에 매각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금융 등 일부 부문을 청산하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아끼려는 모습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국 철수는 10년 전부터 꾸준히 지속됐다. 2013년 영국의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국내 소비자금융을 청산했으며, 2017년에는 미국 골드만삭스와 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바클레이스 은행이 한국 지점을 폐쇄했다. 2018년 스위스의 대형은행인 UBS도 한국 지점을 해산했다. 2019년에는 호주의 맥쿼리은행이 한국 지점을 철수하기로 했다. 2021년 미국 씨티은행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을 정리했고 뉴욕멜론은행은 서울 지점의 금융투자업(기업신탁업)을 폐지했다. 같은 해 캐나다 노바스코샤은행도 한국에서 43년간 운영된 서울 지점의 문을 닫았다.
2016년에는 증권사도 탈(脫)코리아에 여념이 없었다. 말레이시아의 CIMB증권은 투자은행(IB) 부문 인력을 감축했고 싱가포르계 BOS증권도 국내 사업을 접었다. 2017년 바클레이스 증권은 은행과 함께 서울 지점을 정리했다. 2019년에는 도이치증권도 국내 주식시장을 떠났다.
외국계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2013년 네덜란드 ING생명, 2014년 영국 우리아비바생명, 2016년 독일 알리안츠생명, 2017년 영국 PCA생명, 2020년 미국 푸르덴셜생명이 연이어 철수했다. 미국 시그나그룹은 2021년 라이나생명의 지분 100%를 처브그룹에 매각했다. 그 해 BNB파리바그룹이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의 지분 94.54%를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최근에는 동양생명·ABL생명이 우리금융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외국계 생보사의 한국 철수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저성장, 저출산에 따른 시장 분위기 악화에도 불구 경쟁상대가 너무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AIA생명, 메트라이프,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 보험사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이유도 비슷하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국내 금융산업은 규제에 막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은 금융의 갈라파고스 같은 곳”이라며 “자기자본 비율 15%나 책무구조도 등 세세한 규제는 외국계 금융사가 일일이 지키기 어려운 만큼 세계 흐름에 발맞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