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빚 대물림' 막는 신용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연내 무산

입력 2024-10-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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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갑작스러운 중대질병이나 사망으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차주 대신 보험사가 갚아주는 신용생명보험의 비교·추천서비스의 연내 시행이 무산됐다. 해당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사가 너무 적어 비교가 어려워서다. 빚의 대물림을 방지하고 대출 금융기관은 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는 ‘안전장치’인 만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차원의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용생명보험의 비교추천서비스가 연내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내년 초로 잠정 연기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교 추천서비스에는 최소 3개 상품을 비교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제도적인 장애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비교추천 서비스 가동을 위해 보험사에 상품을 출시하게 강제할 수는 없지만, 활성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보험은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이나 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상해,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장해 및 장기 입원상태로 인해 빚을 상환할 능력이 상실된 경우 보험사가 대신 채무잔액을 상환할 수 있도록 고안된 상품이다. 차주는 대출 미상환으로 인한 빚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고, 금융기관은 대출금 회수에 대한 비용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올해 초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이 상품 역시 연내에는 시행을 예고했지만 가동이 미뤄졌다. 비교 대상이 너무 적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온라인채널(CM)에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2곳뿐이다.

KB라이프생명의 경우 KB국민은행 대출 고객에 한해 제공 중이다. 삼성생명이 차주가 사망한 경우 남은 빚만큼 지급해주는 ‘삼성생명대출안심보험’을 판매 중이지만 유사한 성격의 순수보장형 정기보험으로 신용보험군에 속하지 않아 비교 대상군에서는 제외됐다.

신용보험 비교추천서비스를 인가받은 핀테크 기업 핀다가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업무협약을 맺고 상품 출시를 기다리고 있지만, 연내 가능할지 미지수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상품 개발에 착수했지만, 아직 인허가 등 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보험사에서 신용보험을 잘 판매하지 않는 것은 낮은 수익성과 규제 위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보험료와 모집수수료가 낮은 데다 은행의 경우 대출과 연계해 신용보험을 팔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불공정영업행위인 ‘꺾기’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을 어기지 않는다 해도 소비자로서는 금융기관이 대출고객에게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낮은 인지도도 문제다. 일본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은 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할 정도로 해외 주요국에서 활성화돼 있다. 그러나 핀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신용보험 올해 가입 건수는 9월 말 기준 3266건에 불과하다. 올해만 501억2800만 원으로, 9월 한 달간 새로 취급된 가계 대출 규모(7조8466억 원)의 1%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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