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경계하지만…대부분 범죄는 ‘아는 사람’에게 당한다 [서초동MSG]

입력 2024-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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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전국 법원에서 다루는 소송사건은 600만 건이 넘습니다. 기상천외하고 경악할 사건부터 때론 안타깝고 감동적인 사연까지. '서초동MSG'에서는 소소하면서도 말랑한, 그러면서도 다소 충격적이고 황당한 사건의 뒷이야기를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받아 전해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은 본능적으로 외부인을 경계한다.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고 낯선 것을 경계하는 건 생존의 방편이며 본능이다.

범죄도 '묻지마 테러' 등 모르는 사람에 의한 잔혹 사건이 떠오르지만, 범죄 발생건수만 놓고 보면 가해자는 가까운 사람인 경우가 많다. 27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타인에게 살해당한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동거친족, 지인 등이다.

사기도 마찬가지다. 보이스 피싱, 전세 사기 등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긴 하나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금융사기를 당하는 경우는 12.7% 정도다. 나머지 87.3%는 모두 지인들의 범행이다.

사기의 일종인 다단계나 유사수신은 더 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다단계에 빠지는 경로 중 친구가 45%, 선배 33%, 후배 2% 등 무려 80%가 아는 사람을 통한 것이다.

의뢰인 중에서는 옆집 아주머니가 권한 수익률 좋은 상품이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으나 유사수신 사기였던 경우, 10년간 돈독했던 계주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는 사례 등도 있었다. 심지어 20년 넘게 함께 일한 법률사무소 사무장이 변호사를 속이고 거액을 편취해 잠적하는 일도 심심찮게 목격했다.

(이미지투데이)

양심이 어느 정도 보장될 거라 여겨지는 종교에서도 사기는 빈번하다. 많은 종교는 속이는 것을 금기시하지만, 일부 사기꾼들은 되레 신앙과 가치를 언급하며 사업에 투자하게끔 하기도 한다.

특히 성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 친밀감이 범죄를 쉽게 저지르도록 만드는 주요인이다. 이런 경향은 종교적 신뢰를 악용한 사기와 유사한데, 공동체의 평판을 우선시해 피해 사실을 은폐하거나 가해자를 두둔하는 경우도 여러 번 보도된 바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10건 중 6건은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고, 성폭행‧성 착취물‧성 매수 피해자 모두 아는 사람 중에서도 ‘채팅으로 알게 된 사람’에게 당한 경우가 가장 많다.

결국 실질적인 위협은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친밀한 관계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감정적 유대감에 휘둘리지 않는 경계심이 필요하다.

이보라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등 취약 계층은 친밀감을 악용한 범죄에 더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가정과 사회 전반에서 건강한 경계심을 키울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지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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