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공존ㆍ공멸’ 기로에 선 소비자편익

입력 2024-10-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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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호 생활경제부 기자
최근 햄버거를 주문하기 위해 열어본 한 배달앱.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 A사 버거 브랜드의 햄버거 세트 메뉴 가격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얼마 전 매장에서 같은 버거 세트를 사먹을 때보다 1300원 비쌌다. 얼마 전부터 이 버거 브랜드가 본격 시행한 ‘이중가격제’ 때문이다. 이중가격제는 매장 가격보다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외식 브랜드 업체가 이중가격제를 꺼내든 이유는 단 하나다.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플랫폼 업체가 기존보다 배달앱 중개수수료를 올리면서 브랜드 가맹점주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중가격제가 외식업계 전반에 확산하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 몫이 됐다는 점이다. 배달앱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으면 무료 배달 혜택을 누릴 수 없어 내야 할 돈은 더 많아진다. 이중가격 적용 사실조차 모르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외식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이중가격이 가맹점 수익성 확보 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항변한다. 여기에 맘스터치를 비롯한 몇몇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수수료 인상 이유로 들어 연쇄적인 가격 인상 움직임도 보인다.

정부도 수수료 갈등을 풀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큰 진전 없이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최근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회의에서도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논의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났다.

그동안 배달의민족 측은 상생협의체에 매출액 구간별로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매출 상위 60% 업체에는 중개 수수료율을 기존과 같은 9.8%로 유지하고, 나머지 매출액 구간 업체들에는 수수료를 차등적으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입점업체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수수료율 5% 제한을 요구 중이다. 업계 1, 2위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도 수수료 인하를 놓고 서로 눈치싸움을 벌이며 네 탓 공방만 벌여 왔던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아직 갈등 해결의 여지는 있다. 8차 회의에서 그간 소극적이었던 쿠팡이츠도 일괄 5%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낮추는 상생안을 제시하며 전향인 자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30일 열릴 제9차 상생협의체 회의가 ‘배달플랫폼 수수료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직접 나서 입법으로 개입하겠다고 밝혀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10월 말까지 합의안을 마련해 볼 것”이라며 “(불발되면) 입법 등 추가 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한 발씩 물러나는 ‘통 큰 양보’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업계 전체가 침체하는 ‘공멸의 길’ 대신 양측 모두 전향적인 자세로 ‘공존의 길’을 택하는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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