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업고 튀어’…늘어나는 상장사 공개매수, 묘수와 꼼수 사이[공개매수의 이면①]

입력 2024-10-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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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자본시장에서 상장사 공개매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공개매수로 모은 지분으로 기업 경영권을 확보한 뒤, 자발적으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경우가 대세다. 기업의 경영 효율을 높이거나 수월하게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하기 위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장사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공개매수를 진행한 기업은 15곳으로, 총 20건의 공개매수 신고서를 공시했다. 4분기가 끝나기 전에 역대급으로 공개매수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16곳, 19건 공시) 수준에 근접한 셈이다. 앞서 공개매수를 진행한 기업은 2020년 7곳, 2021년 13곳, 2022년 5곳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부담을 느낀 상장사들이 경영 효율을 위해 공개매수와 자발적 상장폐지를 선택했다고 분석한다. 비상장 기업은 공시 의무가 없는 데다가 일반주주나 주가 변동성 등을 관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최대주주는 공개매수 등을 통해 발행주식의 95% 이상(자사주 제외)을 보유하면 자진상폐를 할 수 있다. 코스닥은 지분 90%를 확보해야 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엑시트를 노리고 상장사들의 ‘공개매수→자발적 상장폐지’를 택한다는 분석도 많다. PEF 운용사가 상장폐지를 통해 경영권을 강화하고, 향후 주가 변동 리스크 없이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실제 올해 △티엘아이(원익홀딩스) △쌍용C&E(한앤컴퍼니) △락앤락(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커넥트웨이브(MBK파트너스) △제이시스메디칼(시러큐스서브코) △신세계건설(이마트) 등이 공개매수 후 상장 폐지했거나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티엘아이와 신세계건설은 지주사, 나머지는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

다만 최근 늘어난 공개매수와 자발적 상장폐지가 소액주주의 피해를 외면한 양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개매수가 산정법이 규정되지 않은 현행법상, 사실상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대주주가 소액주주가 원하는 공개매수가보다 낮게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만일 개별 주주들이 주식을 매수한 가격보다 공개매수 가격이 저렴하면 투자 손실은 불가피하다.

최근 락앤락 소액주주들도 홍콩계 사모펀드 어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이 낮아 반발이 일었다. 그러나 락앤락은 21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어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올해 초 설립한 국내법인 컨슈머피닉스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승인했다. 이를 통해 컨슈머피닉스가 락앤락 소액주주를 밀어내고 락앤락 지분 100%를 확보한 뒤, 상장폐지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사모펀드에 의한 상장폐지 원인과 시사점’에서 “사모펀드를 둘러싼 투자 환경적 변화로 최근의 국내 상장폐지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일부 유형의 사모펀드 상장폐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주주에 대한 이해상충과 정보비대칭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상장폐지 과정에 있어서 일반주주의 정보 접근성 강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장사의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경영 효율을 앞세워 상장사에 주어진 공시 의무나 배당 확대 부담, 주주 관리, 상장 유지비 등을 피하려는 것이다. 또 사모펀드가 공개매수를 진행할 경우는 자산 매각과 배당 확대 등을 수월하게 진행해 더 빠르게 엑시트 하려는 전략으로 보여 수익에만 치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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