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손 들어준 법원…3라운드는 주총 표 대결 [종합]

입력 2024-10-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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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기각
고려아연 "적대적 M&A 막겠다"…영풍 "본안소송 나설 것"
양측 모두 과반 확보 못해…주총 표 대결 집중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법원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자사주) 공개매수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적 리스크를 벗은 고려아연은 예정대로 23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끝나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주주총회 '표 대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 판사)는 영풍이 낸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절차 중지 2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업무상 배임이라는 영풍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은 예정대로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법원 결정 직후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예정대로 완료하고, 이후에도 의결권 강화를 통해 MBK·영풍 연합의 국가기간산업 훼손을 막겠다"고 밝혔다.

영풍·MBK 연합은 "재판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손해배상청구, 업무상 배임 등 본안소송을 통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의 위법성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법적 리스크는 해소됐지만 경영권 분쟁 결과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법원 기각 소식 이후 장중 88만9000원까지 오르며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89만 원에 근접했다.

다만 고려아연은 매입하는 자사주(최대 17.5%)는 소각 예정이기 때문에 최 회장 측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지분은 베인캐피탈의 목표 수량인 2.5%에 그친다. 현재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의 지분율은 33.99%다.

앞서 영풍·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34%를 확보하며 지분율을 38.47%까지 높였다.

만약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로 전체 주식의 10%를 사들여 소각한다고 해도 양측 지분율은 40%대 초반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장내 매집에 나서도 유의미한 지분율을 확보할지도 불확실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 고려아연은 추가적인 우호 지분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달 중순 고려아연의 지분 1.49%를 보유한 글로벌 원자재 중개기업인 트라피구라 회장이 방한해 최 회장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이에 맞서 영풍·MBK는 임시 주총을 열고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2명과 영풍·MBK 측 1명이기 때문에 12명의 신임 이사를 추가 선임하는 안이 유력하다. 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보고 임시 주총에 대한 입장을 낼 계획이다.

다만 임시 주총은 이사회 결의 사항이라 고려아연 이사회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영풍·MBK가 임시 주총을 열기 위해선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법원은 이사 선임을 '시급한 사항'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내년 3월 정기 주총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이 내년 주총까지 이어질 경우 국민연금(지분 7.83%)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국민연금은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17개 안건에 모두 찬성하며 현재 경영진들에 힘을 실어줬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MBK에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고려아연은 국민연금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명분 싸움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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