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성료...미디어 규범 재성찰·저널리즘 한계 진단

입력 2024-10-20 14:25수정 2024-10-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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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회, 가을 학술대회서 총 65세션, 150여 개 논문 발표
대기획 주제는 '현대 언론환경에서 미디어 규범의 재성찰'

▲10월 19일 국립공주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2024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정기총회에서 발언 중인 박종민 한국언론학회장(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 (한국언론학회)

"이 가을 열린 반증으로 통섭을 지향하듯, 사랑과 지성으로 이데아를 지향하듯, 인공지능(AI)과 융합하는 인간 창조 생명력을 예찬하는 공주향연을 만들어달라."

박종민 한국언론학회장(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은 19일 국립공주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2024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미래를 준비하는 100년 언론학: 통섭과 융합의 공주향연'이라는 주제로 진행됐으며 총 65세션, 150여 개 논문이 발표됐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심재웅 조직위원장(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은 "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전통과 혁신이 충돌하고 언론과 미디어 분야에서는 어느 때보다 통섭과 융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며 "서로의 경계를 넘어 소통과 연결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번 학술대회의 대기획 주제는 '현대 언론환경에서 미디어 규범의 재성찰'로 김경모(연세대), 조항제(부산대), 윤석민(서울대), 배진아(국립공주대), 박아란(고려대), 서수민(서강대) 교수가 연구 발제했다. 이 외에도 저널리즘 현장 돌아보기. 커뮤니케이션 과학의 지평, 미디어다양성리터러시 등 기획섹션과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방송협회, 방송통신위원회의 특별세션도 진행됐다.

정기 총회 행사에서는 우수 논문을 작성한 연구자들에게 희관언론상(저술부문·번역부문), 우당 신진학자 논문상, 우수논문상 등을 시상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이번 가을 학술대회부터는 이투데이 후원으로 대학원생 세션 발표논문 중 2편, 연구회 추천 발표논문 중 2편을 선정해 '학술대회 우수논문상'을 시상했다. 대학원생 부문은 이서현(성균관대), 홍다예(연세대) 연구자가, 연구회 부문에서는 이완수(동서대)·김도완(한국은행)·박양수(대한상공회의소), 이민희(전북대)·유경한(전북대) 연구자가 수상했다.

대주제 섹션에선 '칸트의 반성적 판단력과 뉴스의 공유' 주제로 열띤 토론

▲10월 19일 국립공주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2024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대주제 1부 세션에서 참석자들이 '한국 저널리즘에서 판단의 문제: 칸트의 반성적 판단력과 뉴스(의견)의 공유'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이호규 동국대 교수, 박홍원 부산대 교수, 김경모 연세대 교수, 송현주 한림대 교수. (한국언론학회)

대주제 1부 세션에서는 '한국 저널리즘에서 판단의 문제: 칸트의 반성적 판단력화 뉴스(의견)의 공유'를 주제로 발제와 열띤 토론이 열렸다. 발제를 맡은 김경모 연세대 교수는 "검증하기 어려운 부분적 사실관계에 기댄 채 논리 타당한 근거와 필연성도 없이 주관적 평가와 정파적 주장으로 나아가는 가치 추론이 만연한 제작 일상이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경모 교수는 "칸트가 말하는 반성적 판단은 저널리즘에서 규정적 판단으로서 사실 판단이나 도덕 판단보다 가치 판단의 영역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적 사안의 뉴스를 둘러싼 자유로운 의견의 표명은 언론의 자유와 밀접하게 연결된다"며 "저널리즘의 고유성은 공정한 뉴스의 공유만큼이나 의견의 자유를 보장하는 가치 판단을 전제한다"고 부연했다.

또 "저널리즘의 고유한 가치 판단으로서 뉴스와 의견이 경험 세계에서 진정으로 공유할 수 있게 하려면 반성적 판단이 요청하는 마음 상태의 요건으로서 인지적 감정의 소통 가능성을 선험적으로 전제해야 하고 그것에 대해 저널리즘 스스로 성차라고 경험적으로 실천하도록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발표가 끝난 뒤 박홍원 부산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호규 동국대 교수, 송현주 한림대 교수,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등이 참여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호규 교수는 "인간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주고 기존 규범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측면, 이런 논의를 현대 저널리즘 돌파구로서 엮어보려고 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송현주 교수 역시 "칸트의 반성적 판단 통해서 답을 찾으려고 시도한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김선호 연구위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려 "역사가는 개별적인 것을 이야기하지만 작가는 보편적인 것을 이야기한다"며 "칸트의 반성적 판단은 개별적인 것으로부터 보편적인 것을 끌어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아리스토텔레스 관점에서 보면 뉴스 제작하거나 취재하는 사람은 작가보다는 역사가에 더 가깝다"며 "상상력을 동원한 작가의 반성적 판단을 요구하는 게 적합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칸트의 이론으로 언론을 진단하는 게 현실적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며 "언론사에 고용돼 현장에 가서 기사를 쓰는 기자 외에도 작가 한강처럼 소설을 쓰는 사람, 유튜버 등 저널리즘 범위를 넓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력 비판으로 신뢰 끌어올려야"...'저널리즘 현장 돌아보기' 라운드테이블

기획섹션에서는 '저널리즘 현장 돌아보기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됐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학재 KBS 기자는 '한국 방송 뉴스의 과거와 미래: 공정성, 신뢰성, 그리고 AI'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서는 토론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며 열띤 토론을 했다.

이종혁 경희대 교수는 "언론의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빠른 방법은 권력비판에 앞장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직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사회 변화나 공적 의식이 있는데 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해 언론사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며 "권력 비리를 파헤치는 탐사보도를 통해 기자의 사명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준 국민대 교수는 "언론 역할이 권력 비판이라는 권한은 어디에서 나왔고 누가 줬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권력 비판은 언론의 역할 중 하나일 뿐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송승환 JTBC 기자가 '논란 저널리즘 돌아보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경희 한림대 교수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기사화하는 등 아주 작은 관행이라도 찾아서 바꿔나가는 작은 노력 필요하다"며 "좋은 저널리즘 관행이 무엇인지 밝혀내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낙원 서울여대 교수는 "반성과 성찰 개혁만 강조하는데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의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시청자와의 상호 작용을 활발하게 해 타계해나갈 수 있는 레거시가 있다"며 "내부뿐만 아니라 환경 등 외부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0월 19일 국립공주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2024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참석자들이 정기 총회 행사에서 진행된 시상식을 보고 있다. (한국언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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