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떨어진 외국인, 3개월새 12조 순매도 [한중일 증시자금 시소게임]①

입력 2024-10-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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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외국인 우적 순매수. 출처=대신증권
한중일 자본시장 자금이 격랑에 휩싸였다. 상반기 국내 증시는 미중 관계 악화로 중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반도체 중심으로 유입되며 간접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실적 둔화 우려 등이 불거져 나오면서 외국인의 ‘반도체 셀’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값싼 엔화를 빌려 고금리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으로 글로벌 자금이 일본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중국이 지준율을 인하하며 경기부양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중국 이탈 자금이 다시 본국으로 복귀할 조짐도 보인다. 연초부터 ‘사자’만 외치던 외국인은 이미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로 완전히 돌아섰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0월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에서 2조3554억 원어치 팔아치웠다. 8월 2조8557억 원, 9월 6조9204억 원에 이어 3개월 연속 순매도세다. 외국인의 올해 국내증시 순매수 금액은 11조1954억 원(코스피 10조5504억 원, 코스닥 6450억 원)이다. 상반기 누적순매수 21조6114억 원에서 거의 절반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작년 11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가 반도체에 집중됐던 것과 장반대의 상황이 하반기 들어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0조7640억 원, 2조5330억 원 팔아치웠다. 외국인 순매도 종목 순위 1, 2위다. 순매도 3, 4, 5위 종목인 기아(-7560억 원), LG화학(-6400억 원), 네이버(-5010억 원)와 비교해도 규모가 월등히 크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은 지난달 3일부터 18일까지 28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2022년 3월 25일부터 그해 4월 28일까지 25거래일 연속 매도를 지속한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이다. 이를 두고 증권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코스피 매도’가 아니라 ‘반도체 매도’라고 표현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요인으로 △수출 모멘텀 둔화 △한국 대형 반도체 기업의 주가 부진 △낮아지는 어닝서프라이즈 가능성 등을 꼽는다. 코스피 지수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경제지표인 수출지표는 추세 둔화 우려가 나온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불안해서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내년 살적 전망치가 하향되는 등 ‘반도체 겨올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16일 투자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반도체 부문 수요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고객들이 신중을 기하고 투자를 일부 미루고 있다”면서 “수요 부족 상황은 족히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구간에서 코스피 지수가 수출 지표에 선행해 하락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기업들의 어닝서프라이즈 가능성은 줄고 있다. 올해 약세를 보이던 원화는 엔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반기 들어 강세를 보인다. 139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수출 기업의 실적 기대감을 축소시킬 수 있다.

반도체 쏠림 현상도 걸림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에 달한다. 시총 1, 2위 기업의 주가에 의존도가 높다 보니 두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지 못하면 코스피 지수의 상승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수출 모멘텀 둔화 → 반도체 기업 실적 우려 → 주가 하락 → 코스피 상승 제한 → 외국인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실적 우려가 시총 1, 2위 기업 주가를 끌어내리고, 이는 코스피 지수의 상승을 누르며 외국인 이탈을 부추기는 모습”이라면서 “아울러 미국 대선, 전쟁 등 각종 리스크가 쌓인 상태에서 중일 피벗(통화정책 전환)도 한국 증시의 불확실성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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