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의 힘…이민계 미국 기업 시총, 일본 GDP 5배

입력 2024-10-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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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증가율, 순수 미국기업 두 배 이상
“이민자, 미국 태생보다 일자리 50% 더 창출”
GE·애플·테슬라 등 열린 문호 상징

▲이민계 기업과 미국 태생 기업 시가총액 추이. 단위 조 달러. 회색 이민계 / 파란색=순수 미국 기업.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이민자들이 세운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막대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민 1·2세 창업자들이 설립한 미국 기업의 시가총액이 8월 기준 20조5000억 달러(약 2경7970조 원)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5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로부터의 회복 속도에서도 이민계 기업이 순수 미국 기업을 앞질렀다.

포천 500대 기업 중 창업자가 이민자인 이민계 기업은 전체 224개에 달했다. 순수 미국 기업은 276개였다. 닛케이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부터 애플, 테슬라에 이르기까지 이민자들이 세운 기업들은 미국의 가치관까지 대표하는 존재로 성장했다”며 “이들은 열린 문호의 상징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산출하는 시장 평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가총액을 산출한 결과 이민계 기업의 시총은 전체의 55%를 차지했다. 순수 미국 기업은 회사 수로는 이민자 기업보다 많았지만, 시총은 총 17조 달러로 전체 45%에 그쳤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테슬라 로고가 보인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이민계 기업은 성장 속도에서도 순수 미국 기업을 능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서 지난해까지의 평균 매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이민계 기업이 97%로 순수 미국계 기업(42%)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매출 증가율 1위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가 차지했다. 매출은 114배 폭증했다. 이 회사는 캐나다 출신 연구자와 투자자들이 공동 창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테슬라와 한국계 전자상거래업체 쿠팡도 각각 4배 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고 닛케이는 소개했다. 손익 측면에서는 이민계 기업의 순이익이 코로나19 전후로 40% 증가했지만, 순수 미국 기업은 30% 늘어나는 데 그쳤다.

피에르 아줄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민자가 미국 태생 사람보다 기업가가 될 가능성이 80% 더 높다”며 “이민자는 미국인보다 1인당 50%가량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이민자 기업이 사회 변화에 대응하면서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신규 사업으로 성장력을 높여왔다. 이민자 출신의 매출 상위권에는 아마존닷컴, 애플, 알파벳 등 기술기업이 눈에 띈다. 소매업종 등에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업도 많다. 미국 최대 건자재업체 홈디포의 버나드 마커스 공동창업자도 미국으로 건너온 유대인 부모를 둔 이민 2세다. 그는 동네 철물점에서 해고된 것을 계기로 자신의 가게를 차려 성공신화를 일궜다.

자산이 없는 이민자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 수 있는 일용품 판매 등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이민계 기업 등 소매업의 비율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민자 소비자의 요구를 민감하게 포착해 성공을 일궈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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