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도 국감 나왔는데"…방시혁, 침묵 깨고 리스크 탈피할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4-10-16 17:08수정 2024-10-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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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해 3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례적인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참고인을 휴대전화로 열심히 촬영하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아이돌 캐릭터 스티커가 국회의원의 노트북에 붙어 있고, 발언자를 격려해주는 등 국정감사에선 보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 건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의 참고인은 인기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20)였습니다.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는 본명 '하니 팜'으로 국감에 출석했는데요. 그가 주장한 '하이브 내 따돌림' 논란에 대해 진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니의 이번 등판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이 갈등이 수개월째 지속되는 상황에서 벌어졌습니다. 자연스레 대중의 시선은 방시혁 의장, 민 전 대표에게도 향했죠. 민 전 대표는 두 차례의 기자회견과 법률 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 등에서 수차례 하이브 내 '은따'(은근히 따돌림) 의혹을 제기해왔습니다. 하니의 폭로로 이 의혹에도 불이 붙었죠.

다만 방시혁 의장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그는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갈등이 처음 세간에 알려진 4월부터 논란에 대응하지 않는 중인데요. 침묵이 답이 되는 상황도 물론 있겠지만, 문제는 하이브 안팎의 논란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겁니다. 소속 가수의 팬들은 물론 주주들까지 곡소리를 내는 상황. 하니가 국감에 나오면서 방시혁 의장의 등판을 원하는 목소리도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그룹 뉴진스의 하니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증인 김주영 어도어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하니, 국감서 무슨 말 했나

하니는 이날 환노위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그동안 뉴진스가 받은 '홀대'를 호소했습니다. 앞서 뉴진스 멤버 민지·하니·다니엘·해린·혜인은 지난달 11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긴급 라이브 방송을 진행, 하이브 사옥에서 타 그룹의 매니저가 하니를 마주한 자리에서 타 그룹 멤버들에게 '무시해'라고 말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죠.

하니는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호영 국회 환노위원장의 관련 질의에 "헤어와 메이크업이 끝나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른 소속 팀원분들 세 분 정도와 여성 매니저가 저를 지나가셔서 잘 인사했다"며 "5분, 10분 후에 그분들이 다시 나왔다. 그 매니저가 저와 눈을 마주치고 뒤에 따라오는 멤버들에게 '못 본 척 무시해'라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 같은 문제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늘 이 자리에 나오지 않는다면 (해당 상황이) 조용히 넘어가고 묻힐 것을 알고 있다"며 "누구든 이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 선배나 후배, 동료, 연습생들도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국감에 나온 계기를 설명했죠.

김주영 어도어 대표의 대처에도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하니는 "김 대표는 '증거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계속해서 넘어가려고 했다"며 "폐쇄회로(CC)TV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인사하는 장면만 있다더라. 미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니 앞부분 8초 분량 영상만 남았고, 5~10분 뒤 장면은 아예 없다고 했다"고 의문을 표했죠.

이에 대해 김주영 대표는 "6월 13일 어도어 사내이사 당시 해당 논란을 뉴진스 멤버 부모님으로부터 인지했다. (논란에서 언급된 매니저는) 어도어 소속 매니저가 아니라 대표이사가 다른 회사 소속 매니저다. 그럼에도 그러한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을 요청했고, 보관 기간이 만료된 CCTV 영상이 복원 가능한지 확인하는 등 가능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서로 간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하니 측의 주장을 믿고 있고, 입증 자료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확보하진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는데요. 뉴진스 측이 제기한 문제를 소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도 덧붙였죠.

그러나 하니는 이를 단호하게 반박했습니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과의 의지도, 행동을 취할 의지도 없는 것 같다.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선을 그었죠. 또 "미래 얘기를 하기 전에 이번 문제부터 해결하기 원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하니의 목소리는 '노동법 밖의 노동자' 문제와도 맞닿아있습니다. 하니는 국감장에서 "아티스트 분들이랑 연습생들의 계약은 다를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다르지 않은 점은 저희 다 인간이잖나. 그런데 그걸 놓치시는 분들이 되게 많이 계시는 것 같다. 한 번 더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용형태나 신분과 관계없이 누구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 안 된다는 취지겠죠. 연예인은 물론 특수고용노동자 등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의 문제까지 조명하게 된 겁니다.

여야도 노동법 밖 노동자들을 위해 관련법 신설이나 개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안호영 위원장은 "이 사안은 특정 그룹의 문제나 가십성 이슈로 보면 안 된다.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제도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뉴진스가 세계적인 가수이지만 하니 팜 씨가 처음부터 그런 지위를 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엑스트라도 노동자성을 인정받는데, 급여가 많다고 그래서 꼭 그 사람이 근로자가 아닌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죠.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니까 대응할 수가 없다고 하면 이 문제는 영원히 도돌이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서 "법이 필요하면 특수고용노동자가 됐든, 프리랜서가 됐든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주영 대표는 "아티스트 목소리에 더 기울이고 소통을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현재 상황에서 당사자 간 주장이 엇갈린 부분이 있어 사실 확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청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 사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해 3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하니도 국감 왔는데, 방시혁은 어디에?…버니즈 총공, 여전히 진행 중

이번 국감에서 하이브는 단연 뜨거운 감자입니다. 하니가 주장한 따돌림 논란에 과로사 은폐 의혹 등으로 뭇매를 맞은 데다가, 뉴진스 표절 의혹까지 거론됐죠.

하이브 관련 인물이 국회에 올 일도 더 남아 있습니다. 김주영 대표에 이어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의 김태호 대표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건데요. 상임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입니다. 또 이에 앞서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가 7일 문체위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한 바 있습니다.

김주영 대표는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CHRO)입니다. 김태호 대표 역시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하이브 주요 임원들이 줄줄이 국감 증언대에 서게 되는데요. 누구보다 이 자리에 서야 할 필요가 있는 인물로 방시혁 의장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환노위 국감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방시혁 의장은 이 자리에 없다"며 "미국에서 시시덕거릴 게 아니라 사태의 심각성을 빨리 깨달아야 할 것 같다"고 일갈했죠.

국감 이후 뉴진스 팬덤 버니즈도 성명을 내고 "오늘 국감에 출석해 진술했어야 할 사람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라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인 하이브 최고 책임자 방시혁 의장이 지금 미국에서 시시덕거릴 때가 아니라는 국회의원의 질타를 새겨듣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버니즈는 "이번 사태 원인은 방시혁 의장이 총괄 프로듀싱한 타 레이블 소속 팀이 뉴진스와 유사하다는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며 "뉴진스 가치를 지치기 위한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해 하이브는 '민희진 죽이기' 감사 및 고발, 소제기 남용으로 응수했다"고 주장했는데요.

특히 "방시혁 의장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기업의 총수로서, 문제가 된 타 그룹의 총괄 프로듀서로서 책임이 있다"며 "방시혁 의장은 K팝과 그 팬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존중한다면 비겁하게 하이브 경영진 뒤에 숨어서 언론 공작과 고발 및 소송을 남발하지 말고 그동안 하이브가 뉴진스를 상대로 저지른 차별, 견제, 명예훼손, 권리침해에 대해 직접 나와 해명을 하든 책임을 지든지 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도 뉴진스 팬덤은 문체위 소속 의원들에게 방시혁 의장은 물론 이재상 최고경영자(CEO), 박태희 최고홍보책임자(CCO) 등 하이브 경영진을 국감 증인 명단에 추가해달라는 내용의 팩스와 이메일을 발송하고 있습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해 3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시혁 리스크'가 웬말…속 타들어 가는 팬덤·주주

방시혁 의장은 4월 하이브가 '민희진 전 대표 등의 배임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히면서 세간에 알려진 회사 안팎의 논란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사실 방시혁 의장의 경영 철학은 '은둔형'에 가깝습니다.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해야 한다는 원칙, 기획사는 아티스트 성장과 창작활동을 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요. 2021년 2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직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도 눈앞의 수익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겠다는 의지로 분석됐습니다. 그 결과 하이브는 수많은 자회사와 인기 그룹을 보유하게 됐고,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연 매출 2조 원 고지에도 올랐습니다.

하이브가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통해 공개된 방시혁 의장의 연봉 '1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하이브는 "의장으로서 책임경영 강화 및 하이브의 '페이 포 퍼포먼스'(Pay for Performance) 보상 철학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기본 연봉은 1원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죠.

그러나 최근 방시혁 의장의 행보엔 곳곳에서 앓는 소리가 나옵니다. 논란에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여러 구설수(?)에 휘말렸기 때문인데요. 민희진 전 대표의 기자회견에서 '즐거우세요?'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여론이 악화했습니다. 이어 6월 열린 '2024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선 가수 박진영의 무대에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방시혁 의장의 출연은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데다가 K팝 수장들이 한 무대에 선 모습으로 화제를 빚었죠. 그러나 이 관심에는 분노도 분명 섞여 있었습니다. '소란스러운 회사엔 침묵하다가 기타 치러 나오는 게 말이 되냐'는 취지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또 7월에는 해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우연히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걷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동행한 두 명의 여성 중 한 명은 인터넷 방송인 과즙세연인 것으로 알려졌죠.

해당 장면이 논란이 되자 하이브 측은 서둘러 과즙세연의 친언니와 방시혁 의장이 일면식이 있었으며, 이들 자매가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오면서 관광지와 식당을 안내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 과즙세연의 사진을 열정적으로(?) 찍어주는 방 의장의 사진이 추가로 공개되는 등 구설이 끊이질 않았죠. 하이브가 '국내 1위 연예 기획사'인 만큼 이미지 타격도 상당했습니다.

여기에 이번 국감에서 "높은 분이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한 번도 받아주지 않았다"는 하니의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유사한 맥락의 주장이 잇따르면서 하이브, 그리고 방시혁 의장의 이미지는 이미 크게 실추된 상황입니다.

이는 주가에도 반영됐습니다. 2022년 초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특례 논란, 하이브의 김영란 법 위반 논란 등으로 하락했던 주가는 올해엔 민희진 전 대표와의 갈등, 방시혁 의장의 사생활 리스크 등 각종 악재에 휘말리면서 계속해서 흔들렸죠.

증권가는 하이브 미래 실적에서 뉴진스를 제외하면서 목표 주가를 하향하기도 했습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속되는 어도어 이슈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향후 뉴진스의 모든 활동을 실적 추정치에서 제거한다"며 "올해 3·4분기 매출액은 48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내리겠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7.8% 하락한 525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하겠다"고 전망했습니다. 목표주가는 27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죠.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는 '원칙', '최후통첩'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을 통해 성장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성상 이 같은 대립에서 득 볼 쪽은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특히 수많은 레이블을 운영하며 그룹 론칭과 활동에 힘쓰는 하이브지만, 최근 리스크 확대로 방시혁 의장의 경영 철학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방시혁 의장이 5년 전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상식이 구현될 수 있도록 분노하고 싸울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은 일이 재조명되는 것도 괜한 일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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