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진 유실 컨테이너…어디까지 흘러가나

입력 2024-10-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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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적ㆍ고박 불량ㆍ풍랑 탓 연간 약 1000개 유실
15년 사이 2만 개 넘는 컨테이너 운항 중 잃어
항해 중 유실 컨테이너 회수작업 사실상 불가능
플라스틱과 화학물질 등으로 해양 오염 우려↑
해안 지역과 심해 해양 생물 생태계에 악영향

2013년 개봉한 할리우드 해양재난 영화 ‘올 이즈 로스트(All is Lost)’는 8일 동안 망망대해를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된 한 남자의 실화를 담았다.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열연한 주인공(극 중에선 이름 없이 ‘Our Man’으로 표현된다)은 홀로 요트를 타고 인도양을 횡단하다 조난한다.

영화는 주인공의 호화 요트와 바다 위를 떠돌던 대형 컨테이너가 충돌하며 시작한다. 대부분 해양 재난영화는 상투적으로 태풍이나 자연재해가 소재다. 반면 이 영화는 ‘바다를 떠돌던 컨테이너와 충돌’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해양 재난영화 '올 이즈 로스트'는 요트와 유실 컨테이너의 충돌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출처 유니버셜스튜디오)

AP통신은 2024년 10월 현재, 글로벌 대형 화물선이 항해 도중 유실한 컨테이너가 얼마나 되는지, 이들이 우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최근 진단했다. 보도에는 해양 전문가 의견을 비롯해 갖가지 통계를 종합했다.

1950년대 컨테이너 500~800개의 컨테이너를 실었던 화물선은 이제 최대 2만5000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먼바다를 이동한다. 글로벌 조선사들이 앞다퉈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경쟁을 벌였으나 이를 가로막는 기준도 등장했다. 이른바 ‘파나맥스(Panamax)’다.

파나맥스는 좁아터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화물선 가운데 최대 사이즈를 의미한다. 이 기준은 대형 선박의 무분별한 사이즈 경쟁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제 2만개를 넘게 싣는 초대형 선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제해운협회(ICS) 통계에 따르면 매년 2억5000만 개가 넘는 컨테이너들이 바다를 건넌다. 그러나 모든 컨테이너가 목적지에 도착하지는 않는다.

대형 해난사고를 제외하면, 통계상 매년 1000개 이상의 컨테이너가 운송 도중 바다에 빠져 유실된다. ICS는 “최근 15년 사이 2만 개 넘는 컨테이너 바다에 빠져 유실됐다”라며 “대부분 높은 풍랑을 맞거나 화물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시대별 주요 컨테이너선 크기 비교. (출처 AP통신)

해운사 대부분이 운항 중 컨테이너가 유실되더라도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2만 개 넘는 컨테이너를 운송하는데 유실된 1개를 찾겠다고 거대한 선박을 세울 수 없다. 운항 차질로 생기는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설령 선박을 세웠다 한들, 바다에 빠진 대형 컨테이너를 다시 끌어올릴 방법도 없다. 대부분 유실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전부, 손실은 보험처리로 대신한다.

물론 거친 파도와 풍랑 등의 사고로 인해 수백 개 또는 수천 개의 컨테이너가 바다에 빠지기도 한다. 이는 중대한 해양사고로 분류한다.

2020년 11월, 일본 선적의 대형 화물 컨테이너선 ‘원 아푸스(ONE Apus)’는 중국 옌청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항해하던 중 거친 파도를 만났다. 이 사고로 1816개의 컨테이너가 바다에 빠졌다. 여기에는 유해 화학물질을 담은 컨테이너 86개가 포함됐다.

▲2020년 11월 하와이 북서쪽 미드웨이에서 화물선 원 아푸스호는 1800여 개의 컨테이너를 유실했다. 컨테이너 속에 들어있던 화물 일부는 1년 만인 이듬해 12월 캘리포니아 롱비치까지 흘러갔다. (출처 AP통신 / 그래픽=이투데이)

바다에 떨어진 컨테이너는 일정 시간 물에 떠 있다. 내부에 남아있는 부력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영화 ‘올 이즈 로스트’ 역시 부력이 남아있는 컨테이너와 주인공의 요트가 충돌한 사례다.

물에 떠 있지만, 한없이 떠 있을 수 없다. 내부 화물의 종류와 밀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8~12시간 바다에 표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에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더 큰 문제는 이후에 발생하는 해양 오염이다. 컨테이너를 이용해 바다를 건너는 물건 대부분이 대량생산 소비재다. 인공적인 화학물질을 포함했거나 금속ㆍ플라스틱 등이 많다. 이들은 해양 오염을 시작으로 바다에 의존하는 해안 지역사회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해양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은 컨테이너 손실을 추적하고 컨테이너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해양 생물학자 앤드류 드보겔레어는 AP통신을 통해 “해양 유실 컨테이너는 수백 년 동안 그 자리에 남아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컨테이너의 유실로 인한 해양오염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도 나온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컨테이너의 고박과 설치 등에 관한 규제를 강화해 유실에 대비하는 한편, 만일의 유실 사고 때 해운사에 엄격한 패널티를 부과해 관련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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