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로 와인 생산…내년엔 제조시설 10배 확장” [가보니]

입력 2024-10-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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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박종명 제주양조장 대표가 감귤와인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정수천 기자 int1000@

“내년에는 제조시설을 10배 확장해 감귤와인 40만 병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2010년부터 감귤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박종명 제주양조장 대표의 포부다.

제주시 조천읍 제주양조장 한편에 마련된 와인 생산동 문을 열면 각 3399리터(ℓ) 용량의 발효조, 숙성조, 제성조가 자리 잡고 있다. 750mL 기준 연간 4만여 병의 감귤 와인을 생산하는 이곳에선 샤인머스켓이 발효되고 있다. 2021년 제주에 샤인머스켓 생산이 도입돼 올해 물량이 나오는 것에 발맞춰 제주양조장이 시도하는 새로운 도전이다.

박 대표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쭉 감귤 와인을 생산하고 있고, 작년에 천혜향 와인을 선보였다”며 “올해는 발효조에 제주산 샤인머스켓을 발효하고 있어 올해까지 제품이 총 3개 나오게 되겠다”고 설명했다.

샤인머스켓으로 만든 와인은 시험 생산을 통해 제조 방법을 신고한 뒤 내년께 제품으로 생산될 전망이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16개 농가에서 샤인머스켓을 생산했고, 상품으로 나가지 못한 것을 수매해서 한 번 해보고 있다”며 “기대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양조장의 주력 상품은 ‘1950 감귤와인’으로 도수는 12%, 당도는 세미 스위트(semi sweet)다. 750mL와 미니어처(80mL)로 판매되며 상큼한 과일향과 오크향이 어우러져 있다. ‘1950’은 한국의 가장 높은 한라산 정상(1950m)을 뜻하며 ‘한라산 정상에서 만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9일 박종명 제주양조장 대표가 감귤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제주=정수천 기자 int1000@

감귤와인은 감귤을 효모로 발효한다. 주정에 감귤 착즙액을 혼합해서 만드는 담금주와 궤를 달리한다. 법무법인에서 파산 업무를 하던 박 대표는 업무를 위해 제주에 왔다가 양조장에 눌러앉게 됐다.

박 대표는 “파산 업무를 할 때 저희가 매각하는 채권 중에 감귤밭이 있었는데 그때 다 짜서 술을 만들면 부자가 될 것 같았다”며 “농업진흥청 감귤연구소에서 감귤와인으로 특허 등록한 것을 보고 기술 이전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주양조장이 만든 감귤와인은 2010년 한·중·일 정상회담 공식 건배주, 2010 G20 정상회의 공식 만찬주 등으로 선정되며 행사에 깊이를 더하는 술이 됐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귤을 활용해 제주 감귤의 과생산 문제에도 작게나마 일조하고 있다. 특히 감귤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었다는 의미도 있다.

박 대표는 “감귤을 해남이나 완도 등 육지에서도 생산을 많이 하니까 점점 경쟁력이 없다”며 “수종 갱신이 필요하고, 이렇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제 꿈은 지역별로 작목반을 만들어서 이렇게 발효하면, 저희가 가져와서 브랜딩해보고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양조장은 생산 시설을 지금의 10배 수준으로 키우고, 생산량을 연간 40만 병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자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규모 있게 해야 한다”며 “지역 특산주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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