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억제제, 수면제, ADHD치료제 쇼핑 환자 차단 대책 필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마약류 중독 재활 및 오남용 방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각기 다른 부처가 재활 기관을 운영해 예산이 낭비되고 있고, 치료 기관들이 실제로는 환자를 치료하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 우려다. 식욕억제제, 수면진정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등을 반복 처방받는 ‘마약 쇼핑’ 방지책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0일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마약류대책협의회(마대협)가 컨트롤타워로 기능하지 못해 중독관리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며, 예산 낭비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향해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와 사회 재활 업무가 중복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업무 효율성 저하는 물론 예산이 많이 낭비되고 있다”라며 조율을 주문했다.
마대협은 마약류 문제를 해결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을 의장으로 기획재정부‧교육부‧외교부‧법무부‧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조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간사 기관을 맡고 있다.
현재 정부의 마약중독 재활 지원은 보건복지부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식약처의 중독재활센터 등 두 곳이 운영되고 있다. 두 센터는 모두 마약류 중독 문제를 겪는 이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고, 마약류 중독 상담가 등 예방 및 재활 전문가 교육도 맡는다.
서 의원은 “치료·재활 시설 중복 설치로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예산도 굉장히 낭비되고 있다”라며 “두 개 부처에서 각 센터를 마치 경쟁하듯이 늘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오 처장은 “중독 통합센터가 알코올 분야로 중점을 두고 있고, 환자가 어느 센터로 오든 같이 연계하는 체계가 잘 운영되고 있다”라고 답했다.
식약처에서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마약류관리통합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보다는 재활과 예방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런데 식약처에서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한 곳에서 치료한 현황을 보니, 대부분의 병원 월평균 환자 수가 평균 1명 수준이며, 한 명도 치료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32개 지원기관에서 치료보호를 하고 있는데 한 기관에서 1명만 보고 있다면 이 제도 자체가 무용지물이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장 의원은 “경기도에 있었던 마약 중독 재활 센터인 다르크(DARC)도 문을 닫았는데, 마약 중독자 치료와 재활을 위한 정책이 그 내용을 보면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오 처장은 “2022년도까지는 재활시설이 서울과 부산 2곳뿐이었는데 식약처가 올해 14곳을 신설해 총 17곳이 운영 중이다”라며 “재활시설 이용 실적을 보면 함께한걸음센터는 올해 8000명이 이용을 했다”라고 답했다.
식욕억제제, 수면진정제, ADHD 치료제 등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예방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졸피뎀을 가장 많이 처방받은 상위 20명의 평균 처방량은 5315알로, 보통 환자들 처방량보다 60배 많았다. ADHD 치료제 처방량은 전체 환자 평균이 260정인데, 상위 20명 평균 처방량은 5658정으로 22배에 달했다. 식욕억제제는 전체 환자 평균 처방량이 198정이며 상위 20명 평균 처방량은 4590정으로 전체 환자 평균의 25배였다.
전 의원은 “마약류 처방을 가장 많이 받는 환자들은 여러 병원에 다니며 마약 쇼핑을 하고 있는데, 가장 많은 병원에 다닌 사람은 34개 병원에서 465건에 걸쳐 졸피뎀을 처방받았다”라며 “32개 병원에서 139번에 걸쳐 졸피뎀을 받은 환자도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 의원은 의사가 환자의 투약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속히 확충할 것을 주문했다. 식약처는 올해 6월부터 160종의 처방시스템에 실시간 투약 내역 확인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바 있다. 다만 이 소프트웨어는 현재 펜타닐 1종에 대해서만 투약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전 의원은 “식욕억제제, 수면진정제, ADHD 치료제는 별도의 시스템에 접속해야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식약처는 지속적으로 확인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내년도 예산에 관련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오 처장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의원들의 도움 부탁드린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