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번호판' 회피 '꼼수'…다운계약에 보험 가입자 바꿔 [2024 국감]

입력 2024-10-07 14:22수정 2024-10-0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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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8000만 원 이하 법인차 6290대, "차량 등록 시스템 재정비 시급"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도시공사 번호판제작소에서 직원이 고액 법인차량용 연두색 번호판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가 법인차를 막기 위해 연두색 번호판을 도입했지만 이를 피하기 위한 각종 수법과 이 수법들로 인한 탈세 의심 정황이 발견됐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경기 분당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등록된 법인차 중 수입차 수는 4만7242대로 집계됐는데 이중 일반소비자 가격 8000만 원 이상 승용·승합차는 1만8898대였다.

이 가운데 차량가액을 8000만 원 이하로 일반 소비자가격보다 낮게 신고해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은 차량 수는 6290대에 달한다. 올 상반기 등록된 차량은 모두 신차로 법인이 최초취득가를 신고한 것이다.

고가 법인 차량에 대한 연두색 번호판 부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법인 차량의 사적 사용이 증가하자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으면 운행경비·감가상각비 등을 인정받지 못하게 했다. 실제로 이 제도 시행 뒤 고가 수입차 판매가 감소하기도 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법인 등록 수입 차량은 4만22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229대)보다 8029대 줄었다.

그러나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기 위한 각종 수법과 이 수법들로 인한 탈세 의심 정황도 발견됐다.

우선 구입가격 축소 신고로 인한 취득세·등록세·개별소비세 등 탈세다. 한 예로 A 법인이 취득가 5690만9091원으로 신고한 BMW ‘M8 쿠페 컴페티션’은 차량판매사이트에 2억4940만 원으로 안내돼 있다. 기본가에 차량을 구매했을 경우 내야 할 세금 추산액은 3008만3000원이지만 구매가액을 낮게 신고한 A 법인의 세금 추산액은 762만5817만 원에 불과했다. 2200여만 원의 세금을 덜 낸 것으로 추정된다.

연두색 번호판 회피를 위한 수법도 더 진화하고 있다. 일부 수입차 업체가 차량의 주민등록증 역할을 하는 ‘차대번호’까지 변경해 다운 계약서용 할인판매의 근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혹이다.

‘자동차 차대번호 등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생산연도를 임의로 표기할 수 있는데 24개월 내에서 생산연도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차량 부식 등의 경우 차대번호의 재부여도 가능하다. 실제로 A 법인의 ‘M8 쿠페 컴페티션’ 차량의 경우 신규등록 차량이지만, 국토부에 등록된 모델 연도는 2020년이었다.

최근엔 자동차보험 가입자를 바꿔치기하는 방식도 나타났다. 차량 등록 시 차대번호로 가입된 개인보험 가입증명서를 제출해 개인차량인 것처럼 속여 일반 번호판을 발급받고, 법인 명의로 변경하는 수법이다 . 차량가액이 다운계약서를 쓰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금액의 경우 차량을 개인등록으로 일반번호판을 받고 법인 보험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출고한다.

김은혜 의원은 “차량 가액을 불러주는 대로 인정하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신종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며 "객관적인 차량 가액을 기준으로 꼼수 등록을 막고 세원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차량 등록 시스템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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