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의 유별난 대장주 사랑…원인으로는 ‘ETF 규제’ 지목

입력 2024-10-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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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만치료제 ETF 3종…포트폴리오 절반이 대장주 2종목

규제가 자유로운 미국은 구성 종목 다양…소비자 선택권 多

“액티브ETF의 성장은 시장 비효율성 완화 가능”

▲국내외 비만치료제 ETF 비교
‘상장지수펀드(ETF) 베끼기’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는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를 비롯한 비만치료제 관련 ETF가 세 개 상장돼있다. 비슷한 시기에 상장한 이들은 상품명에 ‘TOP2’가 들어가 있고, 대장주인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 두 종목을 포트폴리오에서 절반 가까이 담았다는 점에서 콘셉트가 유사하다.

다만, 세 ETF가 추종하는 지수는 모두 다르다. 그런데도 구성 종목이 겹치는 건, 세 ETF가 추종하는 지수가 전부 대장주 두 종목을 큰 비중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비만치료제 관련 ETF인 THNR(이하 티커명), OZEM, HRTS는 다소 상이하게 구성돼있다. THNR과 OZEM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를 주로 추종하긴 하지만 비중은 30% 남짓에 불과하다. 특히, HRTS는 두 기업 지분의 총합이 10%를 넘지 않는다.

미국의 ETF 운용 조건이 국내에 비해 자유로워 차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ETF는 액티브 상품에 한해 운용상 제약이 없는 반면 국내 ETF는 액티브와 패시브를 불문하고 추종할 기초 지수를 필수로 설정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비만치료제 ETF 중에서 THNR만 기초 지수가 있고, 나머지는 없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ETF는 기본적으로 지수 추종 상품으로 만들어진 상품이지만 미국에서는 규제가 점점 완화되면서 지수를 추종하지 않는 상품도 부상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지수 요건을 없애지는 않았지만, 액티브ETF를 도입해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라고 말했다.

액티브ETF는 기초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ETF와 달리 70%만 추종하고 나머지는 펀드 매니저의 재량에 맡겨 벤치마크를 초과하는 수익률을 얻기 위해 운용되는 상품이다. 국내에서는 2020년 이후 관련 시장이 개화했고, 29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주식형 액티브 ETF는 총 92개, 순자산 규모는 4조 원에 육박한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액티브 ETF와 우리나라 상장공모펀드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통해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투자가 새로운 정보를 발견해 시장에 공유할 수 있으므로, 액티브ETF의 성장은 그간 패시브 중심의 ETF 성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완화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액티브ETF로 자율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아도 규제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116조에 따르면 패시브ETF는 상관계수 0.9, 액티브ETF는 상관계수 0.7을 3개월간 미달하면 상장폐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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